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는 것이 무슨 정해진 순서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결혼이 오로지 아이를 낳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고, 결혼 후 한참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부부사이에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요즘은 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를 위한 결혼생활보다 부부의 행복에 관점을 맞춘 부부가 더 많아졌고, 굳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보였기 때문에 딩키(DINKY : Double income, no kids yet - 아이가 없는 맞벌이부부) 족이라 불리는 부부중심의 가정이 급속히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결혼생활도 부부의 뜻이 하나로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아이를 원하고 다른 한 쪽이 그렇지 않다면 결코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를 갖기 싫다고 했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몇 년 살다보니 아이를 원하게 된는 경우라면 부부가 마음을 맞춰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지역신문에서 웃지 못 할 가족계획으로 남편이 5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사연이 소개 되었다. 이 부부는 결혼 전 아이를 낳지 말고 단 둘이 평생 의지하며 같이 살자는 조건으로 결혼을 하였다. 남편은 아내의 조건을 완벽하게 맞춰주기 위해 결혼 직후 바로 비뇨기과로 달려가 정관수술을 받았다. 혹시 모를 피임 실패로 인해 아이가 생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둘은 1년 동안 나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1년을 채 넘기기도 전에 아내의 변덕이 시작되었다. 아이라면 자신의 친조카마저 끔찍해 했던 아내가 갑자기 아이를 원한다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아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됐던 남편은 그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묶어 둔 정관을 푸는 수술을 받았다. 이제 두 사람은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둘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아내는 더 이상 아이 갖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을 했고, 남편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다시 병원으로 가서 두 번째 정관수술을 받았다.
부부는 또다시 몇 년을 단 둘이 조촐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자 아내의 마음이 다시 변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심각하게 입양을 고려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자신의 품에서 난 아이가 좋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남편은 다시 병원으로 가서 두 번째 정관복원수술을 받았다. 다행이 의술이 좋아 복원은 무리 없이 이뤄졌다.
아내는 이제 아이를 가질 기대에 부풀었고, 배란기를 계산해가며 체계적으로 아이 만들기에 돌입을 했다. 둘은 건강한 육체를 갖고 있었고,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행한 사건이 둘의 행복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내와 가장 친한 친구가 사고로 아이를 잃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를 잃은 친구의 모습은 불행하다 못해 참혹할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아내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면,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친구가 겪고 있는 고통을 자신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내는 더 이상 아이에 미련을 갖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남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두 차례의 정관수술을 받았었고, 두 번이나 수술을 복원시켰었다. 이번에 또 다시 수술을 받는다면 유례없이 3번이나 정관수술을 받은 비운의 남자가 되는 꼴이었다. 둘의 사이는 급속히 냉각기를 맞이했고, 이혼의 위기까지 닥쳐왔다. 아내는 다시는 변덕을 부리지 않겠다며 남편에게 사정을 했지만 남자 입장에서 세 번의 수술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결국 둘은 별거에 들어갔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정을 하며 더 이상 변덕을 부리지 않겠다는 혼인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마지막 세 번째 정관수술을 받고 결혼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족계획이 날마다 변한다고 해도 남편에게 이런 당혹감을 주는 아내의 행동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변덕이 생기기 전에 진짜 어떤 가족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