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에는 전통적인 성(性) 의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여성의 순결과 정조관념을 의식적으로 갖고 있고, 이와 달리 꽤 개방적인 성풍속을 지닌 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있다. 물론, 현재는 동서양의 문화적 간격이 좁혀져 비교적 폐쇄적이었던 동양의 성문화가 개방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전통적 풍습 중에는 이미 너무나 개방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던 경우도 있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파푸아뉴기니의 밀린베이(Milne Bay) 지방에 대한 이야기이다.
밀린베이 지방에 무리를 이루고 있는 섬들이 있는데, 그곳을 트로브리안드(Trobriand)라고 한다. 이곳은 다른 지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파푸아뉴기니를 관광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한 폴란드 인류학자가 자신이 그곳에 머물면서 연구한 문화를 저술한 책들을 연달아 출판하면서부터이다.
그 저서에 의하면, 트로브리안드 부족들은 독특한 사회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습적인 족장 제도가 바로 그것인데, 부족을 통치하게 되는 세습 족장은 강력한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이 부족들은 모계사회의 특징을 보이는데, 모든 재산적 상속이 어머니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부족장의 아들은 모친의 부족에 소속되는 이유로 부족장을 세습 받을 수 없고, 가장 큰 누이의 아들 중 한 사람이 부족장의 지위를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이 부족의 문화적 특징으로 가장 많이 주목받았던 것은 바로 성(性)생활이다. 폴란드 인류학자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부족 사람들이 다른 부족들에 비해 흰 피부와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렸으며, 그들이 아주 개방적인 정조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정조(貞操)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규범 안에 명시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적인 문명사회보다 훨씬 자유스럽고 분방한 그들의 성적 관습은 부족원들의 사춘기시절부터 이루어진다. 여성들은 사춘기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갖는다. 전통적인 관습이기 때문에 순결에 대한 죄책감이나 인식이 거의 없는 것이다. 물론, 남성 역시 사춘기가 되면 부쿠마투라(bukumatula)라고 부르는 독신 남성들을 위한 집으로 옮긴다. 그리고 그들 또한 아무 때나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를 찾아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기혼자들도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설 수가 있다. 이 부족에서 행해지는 ‘얌 축제’기간에 서로 요구에 의해 관계를 가지는 것은 관습적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얌은 이 부족의 주식(主食)이자, 종교적이며 권위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이웃 마을들과 씨족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재배하는 얌의 품질과 크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녀, 오랜 토론을 거쳐 탁월한 얌 재배자로 선정되면 그 부족 사회에서 사회적인 권위와 능력을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얌 숭배 때문에 축제 기간의 성관계는 매우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는 이런 풍속에도 처녀가 임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혹자들은 이 부족이 먹는 음식에 임신을 방지하는 어떤 약초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들은 하늘과 바다에 떠도는 아기의 정령이 여인의 머릿속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 임신이 된다고 믿는다. 어쩌면 이런 믿음 때문에 자유로운 성관계가 가능한 지도 모른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지구 반대편 소식까지 바로바로 알 수 있는 시대이지만, 각 나라가 가진 고유한 색깔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성(性)에 대한 의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의 성(性)풍속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