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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행색이 남루해서 쫓겨난 감사
최초작성날짜 : 2012-04-16 11:19:41, 글자크기   

요즘 인터넷 메신저 피싱이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설픈 한국어와 유행이 한참지난 신조어로 조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사기를 피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원어민에 가까운 최신 유행어와 능수능란한 순발력으로 애먼 사람들의 통장을 작살내고 있다. 한 번은 몇 년 동안 연락 한 번 안했던 오래된 지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 안부를 묻는 일이 있었다. 이게 바로 메신저 피싱이구나, 하며 긴장 반 호기심 반으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역시나 마지막은 돈 문제가 등장했고, 급하게 400만원이 필요하니 지금 넣어주면 저녁에 갚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손쉽게 돈을 빌려줄 사람이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을 돌려 지금 회사가 감사중이니 감사가 모두 끝나면 돈을 넣어주겠다고 둘러대 보았다. 그러자 이 사기꾼이 ‘감사’를 ‘Thank you' 할 때 감사로 알아듣고 괜히 미안해하는 게 아닌가. 결국 이 촌극은 감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찝찝함을 남겨두고 끝이 났다.

예나 지금이나 ‘감사’라는 건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우선 지금까지 한 일들을 모두 꺼내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를 해야 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된 뒤에도 감사가 끝날 때까지 똥줄을 잡고 긴장해야 한다. 원래 누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잘하던 일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감사의 어려움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헌데 예나 지금이나 감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청렴하게 지켜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감사로 와서 관리들의 뒷돈을 받거나 친인척 비리가 생기기도 했고, 멀리 지인의 친구의 친구를 통해 미리 감사를 피하기도 했다.

한 번 감사가 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지역 수령은 대대적인 마을 청소에 들어갔다. 감사들은 왕을 대신해 내려오기 때문에 그만큼 완벽하게 정비된 모습을 보여야 했다. 허름한 집들은 재정비를 하거나 아예 길목을 바꿔 버리기도 하고, 조경이나 청소도 유별나게 신경을 써야 했다. 이렇게 잘하고 있어야 감사가 왕에게 돌아가 그 지역 수령들 칭찬이라도 한 마디 해 주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 재상으로 유명한 맹사성이 감사로 떠나있을 때의 일이다. 평소 남루한 차림으로 유명했던 재상은 감사로 떠날 때조차 추레한 차림으로 짐꾼 하나 두지 않고 혼자 길을 나섰다. 겉모습으로 보면 감사가 아닌 평범한 늙은이로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감사를 떠나는 고을이 한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고을에 도착할 때쯤이면 그냥 어디 떠돌이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한 번은 지방의 한 마을에 한양에 계신 높은 재상께서 직접 감사로 내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령은 서둘러 마을 정비에 나섰고, 마을 입구에서 부터 관아까지 길을 새로 닦고 아무도 그 길로 지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길을 이용하지 못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한양에서 재상이 내려온다는 설렘으로 열심히 마을을 빛내고 광을 내고 있었다.

마침내 재상 맹사성이 마을 입구에 당도했고, 주위를 스윽 훑어보다가 잘 닦아 놓은 새 길로 발길을 옮겼다. 입구에서 재상을 기다리며 대기를 하던 수령이 맹사성을 발견하고 노발대발 화를 내며 “재상님이 걸으실 길이다! 더럽히지 말고 냉큼 사라지거라!” 소리쳤다고 한다. 재상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수령의 부하들이 맹사성을 번쩍 들어 마을 밖으로 내쫓아 버렸고, 한동안 재상은 마을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마을 밖에서 눈치만 봤다고 한다.

과연 이 마을 수령이 자신이 원하던 감사를 받을 수 있었을까? 사람의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다간 이 수령이 저지른 실수를 우리도 저지를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청렴함을 떠나 상황에 맞는 의복을 입어주는 것이 더 큰 미덕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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