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인권보호위원회, 일명 남보원이 한창 이슈가 되고 있다.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명품 가방을 선물했더니 자신의 생일엔 십자수가 돌아왔다. 2500원짜리 라볶이로 배 채우고 4000원짜리 커피에 샷 추가, 휘핑크림추가, 사이즈 업그레이드로 5800원이나 하는 캐러멜 마끼아또를 후식으로 사야 하는 남자들은 괴롭다. 거기에 생일날에나 먹는 줄 알았던 조각케이크까지 주문하고 나면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등골을 빨아 먹히는 심정이다.

외국 여성들이 주로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와 데이트 할 때 가장 좋은 점으로 남성들이 일방적인 데이트 비용을 부담한다가 꼽혔다. 한국 남자들은 데이트 비용을 의무처럼 생각한다. 밥값, 찻값, 심지어 영화표에 팝콘까지 사야 하는 것이 한국 남자들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의식적으로 돈은 남자가 내야 한다고 배웠다. 여자가 계산을 하고 있고 남자가 뒤에 민망한 듯 어색하게 서 있는 광경은 웃음꺼리가 되었다. 피치 못한 사정이 있더라도 테이블에서 여자에게 카드나 현금을 받아 남자가 계산을 해야 올바른 식당 예절이었다.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도 아니고 돈과 자존심이 일심동체가 되어 많은 돈을 낼수록 자존감과 자신감이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데이트 상대가 남자의 오픈된 지갑을 존경의 눈빛으로 본다면 사정은 다르겠지만 남자들이 돈을 내는 사태를 당연히 여기는 현실에선 그렇지도 않다. 순전히 돈을 내는 남자의 자기만족을 위해 데이트 비용 일체를 지불해야 한다. 여자에게 돈을 내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고 멱살을 잡고 싸울 수도 없다. 눈치껏 더치를 해주는 여자는 참 예뻐 보이지만 그런 여자를 만나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다. 할 수 없이 돈을 낼 때도 생색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여자들의 경재활동이 억압되어 있지도 않다. 요즘은 여성의 경재활동이 남성들 보다 더 활발하고 남자보다 더 잘 버는 여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에서 만큼은 남자가 돈을 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그 돈으로 남자가 떳떳할 수 있게 멋진 가방을 메고, 잘 빠진 옷을 입고, 몸매를 갈고 닦으며 외모를 빛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분히 남녀 차별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혹 데이트 비용을 더치페이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첫 데이트부터 용감히 더치페이를 주장했다면 첫 데이트가 마지막 데이트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자에게 돈을 쓰게 하는 남자는 아무리 좋은 스펙을 갖고 있어도 점수를 깎일 수밖에 없다. 맞선 장소에선 이 경우가 더 심화된다. 올바른 맞선 자리의 예절은 한 번 만나고 말 여자라도 커피 값은 남자가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선 자리가 일류 호텔 카페라도 어쩔 수 없다. 커피 값 만원에 세금 10퍼센트, 서비스 비용 10퍼센트까지 합치면 커피 두 잔에 2, 3만원이 그냥 깨지고 만다. 점심값으로 4,500원짜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라면 무려 5일치의 점심값에 자판기 커피까지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비용이다.

위로를 좀 하자면 과거 일방적이었던 데이트 비용이 조금씩 비율을 맞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 통합 설문을 보면 데이트 비용으로 남녀가 7:3 비율이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점심값과 영화표는 남자가 내고, 커피는 여자가 사는 식이다.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일을 사치라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이젠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장 아깝게 생각 될 때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과 데이트 한다면 일류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도 영광으로 여겨질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데이트 상대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라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만남은 금전적 부담을 초월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