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평생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상을 갖고 살아왔든 상관없이 한 사람이 누군가의 인상에 각인되는 시간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3분 이내라고 한다. 처음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아서 이후에 어떤 역변을 겪어도 처음 느꼈던 이미지대로 기억하려는 강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 이미지 각인은 연애를 할 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처음 만났을 때 받았던 이미지가 긍정적일 경우 연애 중 어떤 사고를 치고 말썽을 부려도 ‘그래도 좋은 사람’ 이라고 상대방의 이미지를 스스로 정화시킨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첫 이미지가 개차반일 경우 이후 아무리 좋은 이미지로 바꾸려 해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꼭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지나치게 친절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일까? 만약 첫 만남에서 그런 각인을 시키지 못했다면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마음을 접고 포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행이 첫 인상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좋은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방법이 있다. 바로 충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평소 외모가 워낙 험상궂어서 남들에게 오해 아닌 오해를 사는 남자가 있었다. 이 사람의 첫인상은 백이면 백 모두 깡패나 양아치로 오해 할 만큼 험상궂었고, 덕분에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해도 첫인상이 무시무시해서 마지막은 늘 안 좋게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겉모습과 달리 속은 소녀처럼 순수하고 여린 구석이 있었다. 남자답고 거칠어 보일지는 몰라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 받고, 일방적인 이별을 당하면 그대로 이불 뒤집어쓰고 삼일 밤낮을 우는 처량 맞은 남자였다.
이런 남자가 차이고, 차이고, 지겹도록 또 차이다 보니 자신의 연애 방법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그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만든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연애 방식을 180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는 조금 덜 친절하고, 덜 젠틀하게 행동을 바꿨고 평소 여자 친구의 열린 지갑이었던 그의 씀씀이도 긴축제정을 가했다. 지금까지 얼굴은 험상궂어도 성격 때문에 사겨준다던 여자들은 갑자기 바뀐 남자의 성격에 적응하지 못했다. 몇 명은 그냥 떠나갔고, 몇 명은 욕을 하며 떠나갔다.
남자는 지금까지 만난 여자와 전혀 다른 여자를 만났다. 더 예쁘고 더 멋진 여자를 만나 첫인상부터 자신의 성깔을 모두 보여주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버럭 하고 화를 냈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하기 싫으면 칼같이 잘라 거절했다. 처음엔 얼굴도 더럽게 생긴 놈이 성깔도 더럽다며 툴툴 거리던 여자가 점점 남자의 차가운 매력에 적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성깔 있는 모습만 보여줬다면 이 여자 역시 예전에 만났던 숱한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단물만 쏙 빼고 내뺄 것이었다. 남자는 조금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까칠하고 차가운 남자인 척 하지만 남자의 자상한 면이 필요할 땐 은근슬쩍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도와주고 다시 차가운 남자로 돌아왔다.
평생 좋은 것만 주고, 최상의 코스로 데이트를 하는 여자들은 남자의 아주 미세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평소에 자신을 사랑하는지 조차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표현을 안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티 나지 않게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자는 그 모습 하나를 마음속에 각인시킬 것이다.
너무 지나친 친절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아무리 마음속에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고 있어도 절대 밀고 당기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예 덮어놓고 잘해주다 보면 끝도 없이 바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