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品, Masterpiece, 이 단어들이 갖고 있는 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사전적 의미의 명품은 한 분야의 장인이 만든 물건, 이름이 있는 물건이라는 매우 단순한 뜻이고, 백화점에서 말하는 명품의 정의는 흔하지 않은,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값어치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 즉, 모두가 원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고, 손에 쥐는 순간 자신의 가치가 한 단계 상승하는 마법의 아이템이 바로 명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상징적인 신분 상승의 아이템을 갖고 싶어 한다. 남자들이 S클래스의 벤츠를 선망하듯이 여자들은 백화점 1층에 놓여 있는, 양복 입은 점원이 하얀 장갑을 끼고 꺼내 주는 반짝이는 샤넬 백을 꿈꾸는 것이다. 헌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명품백은 자신의 돈으로 주고 사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받아야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금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여자의 허황된 사치라던가, ‘된장’ 이라는 구수한 단어를 여자를 비하 하는 의미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다. 국내 평균 연봉을 받는 사람이 수백만 원의 명품 백을 자비로 사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용기를 내서 구입을 하더라도 지출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릴지 모른다. 게다가 그렇게 어렵게 얻은 명품백이니 쉽게 들고 나갈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의 사랑을 조건으로 노골적인 요구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통 명품백이 여자 친구의 손에 쥐어지는 원인은 명품으로 밖에 해결되지 않는 치명적인 잘못을 남자가 저질렀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조건 성 선물은 명품의 가치가 아닌 그 가격의 가치를 선물한다고 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명품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명품 백을 선물 받아서 싫어할 사람도 없다. 이것은 단순히 비싼 값어치의 문제가 아니다.
명품을 산다는 것과 명품을 선물 받는 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사는 것은 능력 있으면 누구든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선물이라는 것은 능력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아는 요리사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과, 같은 음식을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것은 같은 음식이라도 그 만족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명품보다 튼튼하고 예쁜 보세 가방을 몇 개씩 갖고 있지만 이름 있는 가방 하나쯤은 갖고 싶은 것이 여자들의 꿈이자 소원이기 때문이다.
명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당한 가격이 받혀준다면 어떤 상품을 사든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상품을 갖길 원한다. 마트에서 사과 하나를 살 때도 금색 스티커로 명품이라고 붙어 있는 사과를 사고 싶어 하고, 생선 한 마리를 사더라도 비실거리는 고등어 열 마리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큼지막한 고등어 한 토막을 사길 원한다. 우리는 이제 무조건 많은 양으로 해결하려는 것 보단 좋은 품질로 채우는 것을 선호 할 정도로 삶을 변화 시키고 있다.
허황된 것을 쫒는다고 덮어놓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그녀가 왜 그것을 원하는지 물어봐 주는 것이 어떨까? 적당한 사치는 삶을 바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