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소개팅 방식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학교 앞 빵집이나 떡볶이 가게에서 단체로 미팅을 하거나, 소지품 등을 놓고 은근한 신경전 끝에 복불복으로 상대를 찍는 소개팅을 하는가 하면, 빌딩 층층이 여자가 서 있고,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마음에 드는 층에 멈춰 서는 소개팅도 있었다. 이 시절 가장 충격적인 소개팅 방법으로 ‘반팅’이라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전 학급이 모두 소개팅에 나가 다른 학교의 학급과 단체로 소개팅을 하는 거대 규모의 소개팅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풋풋한 소개팅이 사라지고 길에서 하는 헌팅이나 클럽, 나이트 등에서 하는 부킹이 등장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터 채팅을 이용해 연인을 만나려는 사람도 생겨났다. 과거 소개팅 한 번 하려면 주변에 인맥을 총동원해 겨우겨우 소개팅을 잡았던 어려움이 사라지고, 인터넷을 켜고 타자를 좀 빨리 칠 줄만 알면 누구든지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소개팅 수단이 생겨난 것이다.
인터넷 채팅의 장단점은 매우 뚜렷했는데, 장점으로는 나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완벽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것과, 만남의 기회가 무궁무진했다는 점이었다. 그에 반해 치명적인 단점은 채팅에서 나눈 대화 이외에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말해준 것 이외에 그 사람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혹여 나쁜 마음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지, 안전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소개팅은 PC가 있는 곳에서만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스마트 폰 어플을 이용해 소개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빠른 만남을 위해 주변인들만 골라서 소개해주는 어플이 등장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하루에 한 명씩 랜덤으로 소개 받는 어플도 생겨났다. 이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을 소개 받고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개팅 어플을 통한 만남 역시 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만남의 기회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변인 소개팅 어플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가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건이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소개팅을 전혀 못하던 남자가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소개팅 어플 사이트에 가입을 했다. 별 어려움 없이 어플을 통해 몇몇 사람을 소개 받았고, 그 중 가장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연락처를 교환하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둘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주말마다 약속을 잡고 만남을 이어갔고, 남자는 자신도 이렇게 연애를 하는 구나 하며 감격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착각도 머지않아 산산히 쪼개지고 말았다. 그렇게 믿었던 여자친구의 핸드폰에 미팅 어플이 여전히 깔려 있었고, 여자는 취미 삼아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을 뒤지며 대화 상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만남이 너무 쉬워지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소중함 마저 흔해지기 마련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이 요즘 추세라지만 우리는 언제나, 누구나 자신과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상대를 찾고 있다. 좋은 어플을 이용해 만남이 시작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다양한 기능들을 이용해 진화된 소개팅을 접해보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 될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상대를 찾기보단 쉬운 기기를 이용해 깊은 이해를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만남을 주선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해시키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은 어떤 엄청난 기계와 도구를 갖고도 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