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할 때,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오해가 생겼을 경우, 이 오해를 굳이 파헤쳐서 풀고 가야 할까? 아니면 다음에 더 잘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할까?
깨끗하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쇼윈도 유리창도 깨끗하게 닦은 가게 입구에 아주 미세하게 실금이 간 유리창이 있다면, 이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할까? 아니면 무시하고 다른 인테리어에 더 신경을 써야 할까?
미국의 보험사에 다니던 하버트 하인리히가 수많은 사고 현장을 조사 하면서 발견한 법칙이 하나 있었다.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그와 유사한 사소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만약 작은 사고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칙이었다. 이 법칙은 그의 이름을 붙여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르며 현재 산업재해 현장에 기본 안전 수칙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이론으로 미국의 범죄학자가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아주 평범했던 거리의 평범한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이 깨진 유리창을 그냥 방치하자 그 일대에 범죄가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카오스 적인 무질서가 난립한다는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했다고 해서 그 주변 상가 까지 피해를 보고, 심지어 그 일대가 무자비한 범죄의 슬럼화가 되는 이유는 깨진 유리창이 외부 사람이 볼 땐 관리가 소홀하게 느껴질 수 있고, 절도 같은 작은 범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오해나 다툼을 해결하지 않고 지나가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다가 결국 그 실수를 원인으로 대형 싸움이 터지기도 하고, 이별의 전초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연애를 할 때 자신의 Cool함과 밀땅을 한다. 혹시 너무 집착하면 쿨해 보이지 않을까 하며 거리를 재고, 적당하게 방치를 하며 자신의 쿨 함을 과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쿨한 것이 관리의 소홀이 될 수 있고, 작은 바람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유를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남이 아닌 이상 방치를 할 수는 없다. 대놓고 핸드폰을 검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쿨하지 못한 모습이겠지만 모르는 남자/여자의 문자 뒤에 상큼하게 붙어 있는 ♥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은 둘의 연애 사업에 파업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남녀사이는 안전장치 없이 달리는 자동차 경주 같을 때가 있다. 둘 사이를 갈라놓을 위험은 언제 어디든 나타날 수 있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식어 버릴 때도 있다. 혈연이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연결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처럼 헤어지고 몇 년후에 만나도 의리와 우정을 들먹이며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다시 이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과 믿음은 한 세트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주 사소한 오해 하나에도 틀어질 수 있는 것이 믿음이고 또 사랑이다. 만약 아주 작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깨진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지기 전에 미리미리 보수를 해야 한다. 평온했던 도시가 한 순간에 슬램이 되듯이 서로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이가 죽일 만큼 증오하는 사이로 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마음 속에 불안을 감추고 사랑이라는 보자기로 덮어 놓고 있다면 한 번쯤 문제의 본질을 찾아 보고 함께 해결해 보도록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