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해병이 귀신보다 무서워하는 것, 천만 병사를 호령하는 조선의 장수가 적군보다 무서워하는 것, 다름 아닌 자신의 마누라라고 한다. 언제나 사랑스러워 보여도 모자랄 판에 무서운 존재라니, 와이프의 존재는 남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남자가 여자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완력을 사용해서도 아니고, 힘으로 제압할 수 없어서도 아니다. 여자가 무서운 건 남자가 감당할 수 없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이유로 화를 내기 때문이다. 여자의 분노는 남자의 폭발력 있는 분노보다 열배, 백배 정도 파괴력을 갖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화를 잘 참는다고는 할 수 없다. 누구든 억울한 일이 있거나 화가 날만한 일이 생기면 적당히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해 주는 것이 정상이다.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화를 낼 때 그 후의 일을 고민하지 않고 화가 난 당시의 상황에 집중한다. 지금 화가 나있고, 화가 풀리지 않으니 풀릴 때까지 화를 내고, 화가 풀리면 추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남자는 화를 낼 때 뒤끝이 없을 만큼 탈탈 털어서 불같이 화를 낸다면, 여자는 화가 난 상황이 잊힐 때까지 조금씩 화를 낸다. 그렇다고 남자대 남자처럼 주먹다짐을 할 수도 없다. 그냥 화가 잊히고 잠잠해질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여자의 화를 달래주는 방법은 여자마다 다르다. 때문에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는 화를 잠재우는 방법 하나쯤은 미리미리 간파해 두는 것도 오래사귈 수 있는 비법이 되곤 한다.
서로의 속마음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커플이 있었다. 워낙 오랫동안 사귀다 보니 이제는 서로 볼 것, 못 볼 것 다 본 사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남자의 대책 없는 우유부단함이었다. 남자는 결단력이 없었다. 여자 친구가 버젓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여자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자는 변명을 했다. 이성으로써 좋은 게 아니고 그냥 사람이 좋은 거라고. 그래서 그 좋은 사람과 단 둘이 데이트도 하고, 얼떨결에 모텔 방 안까지 들어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남자가 아무리 달래고 설득하고, 변명을 해도 남자는 바람피운 천하의 몹쓸 놈에서 탈피 할 수가 없었다.
선물도 하고, 매일같이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며 정성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화는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남자는 최후의 보류를 사용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줘 버린 것이다. 화가 풀릴 때 까지 긁어 보라며 좀 강한 척을 했다. 내심 마음 한편에는 카드를 줘도 양심상 잘 못 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문자 폭탄을 받았다. 백화점에서 한도 끝까지 써대는 그녀의 결제 문자가 날아온 것이다. 결국 여자의 화는 씻은 듯이 깨끗해 졌지만 남자의 채무 상태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여자의 화를 금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아마 위 사례와 같은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전적인 해결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평생 화가 날 일은 셀 수 없을 많을 테고 그 때마다 카드를 건네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땐 화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분노의 정점을 찍었는지, 지금 화가 솟구치고 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태인지 파악한다면 좀 더 쉽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만약 연인의 분노가 식을 줄 모르고 하루 종일 계속 된다면 우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도록 하자. 허기가 지면 분노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기만 해도 감정의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밋밋한 음식보단 조금 화끈한 음식으로 땀을 쭉 빼는 것도 방법이다. 그 후로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보자. 상태가 진정된 후에 대화를 시작한다면 분노의 원인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그녀의 화도 빨리 꺼트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