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대한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사람과 어울리는 외모가 되어야 하며, 성격이나 취향에서도 사랑받기에 적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키가 크듯이 사람을 만나고 관심을 주고받다 보면 연애라는 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에 지나치게 깐깐한 조건을 붙이곤 한다. 그리고 그 조건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물러나거나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잘 익은 포도송이를 보고 ‘저 포도는 분명 시겠지’ 하고 단념하는 여우처럼 입맛만 다시다가 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나름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연애의 조건들이 사실 아무 쓸모없는 껍데기뿐인 조건일 때가 있다.
연애를 국가고시만큼이나 어렵게 생각하는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적어도 연애를 하기 위해선 자신의 환경이 연애에 적당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학창시절에는 의례 연애라는 것이 애들 장난 같아서 무시를 했고,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할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연애를 못했다. 대학에 겨우 입학을 했고, 드디어 연애라는 달콤한 꿈을 현실에서 재연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하던 남자는 하루 종일 거울을 보며 어디가 문제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왠지 남들보다 어두워 보이는 표정이 문제인거 같아 웃는 연습을 했고, 평소에 화장품이라고는 스킨 로션밖에 모르던 남자가 영양크림과 화이트닝 에센스를 찾아 바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애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군대를 갔다 오면 연애가 쉬울 것 같아 서둘러 입대를 했고, 원래 군인은 연애를 해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줄 거라며 솔로이병이 된 자신을 위로 했다.
재대를 하고 다시 복학을 했지만 이번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졸업 준비를 해야했고, 취직준비를 해야 한다는 적당한 핑계 거리가 생긴 것이다. 결국 이 남자는 서른이 다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하고 젊음을 불살라야 했다. 연애라는 장벽을 너무 높게 잡으면 자신의 빛나는 장점을 모조리 땅에 묻어 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난 이래서 연애를 못해, 저래서 연애를 못해 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잘생긴 사람들을 보고 얼굴값 할 거라고 생각한다. 잘생겼으니 여자들도 많이 만날 거고, 바람도 쉽게 필거라는 착각이다. 잘생긴 남자를 사귀는 여자는 졸지에 남자의 잘난 값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돈을 벌어오지 않아도 얼굴 보고 참아야 하고, 하물며 바람을 피우고 와도 ‘잘생겼으니 어쩔 수 없지’ 하며 이해하는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을 피우는 남자가 모두 잘생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외모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결혼을 하고도 외도를 하는 남자들은 가정에 대한 책임 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더 클 뿐이지 얼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바람이라는 것은 피우는 사람의 의지의 문제이지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유혹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람을 많이 피우는 사람들 중에는 특별히 외모가 멋지거나 자기 관리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혹시 자신의 외모나 경쟁력 때문에 연애를 못하고 있다면 바람둥이들의 자신감을 좀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