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일은 그래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누구는 하루 종일 전화는 커녕 문자 한 번을 안 해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일어나는 순간부터 밥 먹고, 씻고, 출근하고, 회사 도착하는 순간순간마다 문자로 자신의 거취를 확인시켜줘야 안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애 성향에 따라 누가 좋고 나쁘고를 구분 짓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판단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의 성격과 취향을 조금 더 잘 알고 있다면 서로 오해끝에 극단적인 결말을 만든느 일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20대 초반의 젊은 연인들은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고, 상대방을 향한 열정도 남다른 시기다. 너무 심한 간섭은 피하고 싶지만 육신과 영혼을 바쳐 사랑을 하고 싶고,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일이 확인받고 싶어 하는 시기인 것이다. 친구랑 같이 있어도 한쪽 손으론 연인에게 실시간 상황중계를 해줘야 하고, 밤새도록 카톡을 보내며 함께 해돋이를 확인해야 진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불같은 20대 초반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연애의 물이 들었을 땐 어떨까? 이 세상엔 하루 종일 전화만 붙잡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살벌하다. 어렸을 때 애인을 스토킹 하는 짓은 잘 보면 귀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생긴 이후까지 이런 스토킹을 하는 모습은 서로에게도 독이 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일이다.
연인 사이의 전화 통화는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나누는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문자를 보내고 몇 분 후에 답문이 오는지, 몇 번의 통화음 후에 전화를 받는지, 누가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는지 등을 보면서 은밀하고 치밀하고 사랑의 깊이를 확인하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연인들이 문자 한 줄 때문에, 전화 몇 번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이런 단순한 문자 한줄, 이모티콘 한 개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연애인지도 모르겠다. 입으로 뱉어서 일일이 설명하기엔 낯 뜨거운 사실을 압축하고 응축해서 문자 한 줄에 담아 놓고 제 속을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은 최악의 연애 수단이다. 제 마음을 알아 달라며 전화를 안 받고, 문자를 무시하고, 심지어 문자로 이별 통보를 하는 행동은 아직 철없을 적, 엄마에게 투정부리는 아이의 행동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자 하나에 하루종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남자가 있었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남자는 용기를 내서 여자에게 고백을 했고, 좀 더 만나면서 서로를 알아가자고 약속을 했다. 여자도 자신감 있게 다가와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둘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말도 잘 통하는 사이였다. 문제는 오프라인 만남이 온라인으로 이동했을 때 생겨났다. 남자는 하루 종일 여자의 문자 한 줄에 집요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문자를 보냈을 때 답 문자가 자신보다 짧으면 지옥으로 떨어졌고,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이면 곧바로 천국으로 상승했다. 하루 종일 문자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여자 모르게 혼자 이별을 하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하고 있는 꼴이었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본심을 보여주겠다며 토라진 마음을 잠수로 보여주었다. 여자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문자도 모두 무시해 버렸다. 결론은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가 결국 좋은 사람과 영영 이별을 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서로 막 알아가는 사이에서 전화를 안 받거나 문자를 무시하는 행동은 ‘이 사람이 날 별로 안 좋아하나? 내가 괜히 불편하게 하는 건가? 나 혼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하는 의심을 만들게 된다. 서로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전화를 하는 습관이나 문자 습관들도 파악하기가 어렵다. 좋은 사람이고,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초반에 눈치 보지 말고 깊은 대화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