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이 변화 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일까?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의 인격은 미취학아동일 때 이미 완성이 되고, 죽을 때까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 다. 누군가의 성격을 내 뜻대로 바꾸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고 세상에 좀 더 물들어 갈 수는 있지만 내면 깊숙이 자리 한 자신만의 개성과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악역을 맡아야 할 때가 있다. 세상에는 거절을 해야 할 상황도 있고, ‘No'라고 외쳐야 하는 상황도 있다. 마음은 이미 천번 만번 거절을 했는데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지게 되면 입 밖으로 안 된다는 말이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너무 착한 여자 때문에 누구보다 상처를 깊게 받은 사례가 있었다.
여자의 진정한 매력은 성격에 있다고 생각하던 이 남자는 과거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에게 대차게 차인 후 그 상처로 몇 년 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인정사정없이 상처 줬던 전 여자 친구는 자신의 주관이 매우 뚜렷한 여자였으며,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스스로 개연성을 찾지 못하면 도끼눈을 하고 남자를 나무라던 여자였다. 이런 여자에게 몇년동안 달달 볶이다 보니 이제 자신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동의를 해주는 여자만 보면 그대로 마음이 녹아 버리는 지경이 되었다.
그랬던 남자가 배려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를 만나게 됐다. 식당을 갈 때면 제일 먼저 휴지를 깔고 수저와 저분을 얌전히 세팅했고, 가장 시원한 물을 꺼내와 남자의 컵에 먼저 따라주었다. 아주 단순한 행동이었지만 이런 배려 심에 남자는 그대로 이성을 잃고 사랑에 빠져 버렸다. 가끔 어려운 부탁을 할 때도 기꺼이 웃으며 일을 도와주었고, 심지어 돈을 빌려주는 일도 있었다. 남자는 드디어 결혼할 상대를 찾았다며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멋진 프로포즈를 위해 평소 그녀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를 시켜 놓고, 작은 다이아가 박힌 큼지막한 금반지를 건네주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남자는 다시 한 번 가슴 깊숙이 커다란 대못을 박게 되었고, 더 이상 회복 불가능 할 정도로 좌절하고 말았다. 여자는 평소 거절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었다. 레어로 익힌 고기는 입에도 대기 싫었지만 시켜준 사람이 실망할까봐 눈물을 머금고 입에 넣어야 했고, 반지는 손이 굵어서 얇은 디자인을 선호했지만 그것 역시 상대방을 배려해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제일 큰 문제는 남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음에도 혹시 자신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을 하며 남자를 상대해줬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배려심도 결혼까지 이어질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 본질적으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있을까? 겉보기엔 천사 같지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 없는 일이고, 남 앞에선 착한 일, 좋은 일을 솔선수범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빗나간 탈선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사람은 정말 착한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어서 자인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성격이 착하거나 본성이 바른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개념을 탑재한 사람들로,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남에게 상처주는 일은 절대 못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늘 착한 입장이어야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악역은 절대 맡으려 하지 않고, 무조건 좋고 착한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사람들인데, 이런 성격 덕분에 착한 행동이 되레 누군가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