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싸움이라곤 일절 모르던 연인이 결혼 후 첫 신혼여행에서 이혼의 위기에 처한 일이 있었다. 데이트 때는 얌전하고 소박해 보이던 그녀가 여행지에서는 까다롭고 히스테리컬 하며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었다. 사람의 진면목은 여행지에서 발견한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는 듯 했다. 여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엔 몸에 매너를 붙이고 다니던 남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후덕한 시골 아저씨가 되어 버렸다.
눈을 의심하고 싶을 만큼 놀라운 변화였다. 이런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을 했다니 등골이 오싹해 지고 있었다. 여행지의 낯선 환경을 아무리 느긋한 성품의 사람이라도 날카롭게 만든다. ‘어렵게 만든 여행 기회인데 망치면 어떻게 하지, 혹시 예약이 잘못돼서 일정이 엉키면 큰일인데.’ 같은 고민이 머릿속에 맴돌다 보니 작은 실수도 크게 부각되어 버린다.
여행 중에 가장 행복한 여행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여행은 집 근처 10km만 떨어져도 해외 유명한 관광지에 온 것처럼 들뜨고 흥분된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서로 주의하고 조심하지 않는다면 3일 이내에 머리 풀고 싸우는 형국이 완성된다. 즐기려고 온 여행이 이별여행이 되는 꼴이다.
만약 여기서 여행의 고비를 잘만 넘긴다면 둘은 누구도 넘어 오지 못할 끈끈한 유대감이 생길 수 있다. 여행지에서 닥친 위기를 적절하게 극복하면 다음에 다가올 더 큰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또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남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싸우지 않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도권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다. 평소 가부장적인 집안이었다면 여행지에서 만큼은 여자에게 모든 일을 맡겨 보자.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일방적으로 일정과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자라는 의식을 갖고 동반자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이렇게 주도권을 바꿔보면 평소 상대방의 기분이 어땠는지 경험해 볼 수 있고, 둘 사이의 관계에서 변해야 할 점도 찾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다. 여행이라는 이국적인 장소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옆에 앉은 연인뿐이다.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고, 가릴 것도 없다. 그동안 있었던 좋은 일, 나쁜 일들을 모두 털어 버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줘 보자.
싸움을 굳이 피할 필요도 없다. 너무 과격한 싸움은 피해야겠지만 소소한 말다툼과 감정싸움은 더 큰 사랑을 위해 거처가야 할 단계 중 하나다. 평소라면 싸우고 토라져서 며칠 동안 연락 두절되는 경우도 있고, 홀로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르다. 싫으나 좋으나 같은 침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난이 많고 역경이 많았던 커플은 남들보다 훨씬 오래 만나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여행은 작은 결혼생활이라고 볼 수 있다. 계획대로 펼쳐질 수도 있지만 온갖 이변들로 일정이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다 그런 게 아닐까. 이런 힘든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희망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법이다.
여행지에서는 수많은 커플들이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화해를 한다.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떠나는 이유는 그런 모든 다툼들이 결국 단단한 사랑으로 승화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마 이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설렘과 기대감만 잔뜩 가져간다. 사실 여행은 사건이 터지고, 이변이 일어나아 오랫동안 기억되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추억을 나누고 싶다면 걱정 말고 싸워보자. 피만 안 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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