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가. 너무나 진부하고 상투적인 질문이다.
그럼 좀 더 깊숙이 질문해 보자. 당신의 옆에 있는 그녀, 혹은 그에게 첫눈에 반했는가. 혹시라도 그들이 옆에 없다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하지만 좀 작은 소리로 외쳐보자. 아니!
필자는 첫눈에 반했다는 사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당당하게 “난 그녀(그)에게 첫 눈에 반했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짝짝짝!
좋아하지는 않지만 첫눈에 반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보고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경우, 또 수많은 사람 중에 유독 그 사람만 눈에 띄고 그 사람만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경우.
연애 시작 전, 상대방이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하면 누구나 뿌듯해지고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자신의 외모가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은 잘못된 것이다. 필자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과학적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가령, 사랑에 빠지면 대뇌의 변연계에서 화학작용으로 만족감이나 기쁨 등을 느끼게 해 주는 ‘도파민’이 솟아난다는 것 등등 말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런 과학적인 분석에는 말미에 꼭 이런 말이 붙는다. 시간이 흐르면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고 상대를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므로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이며 - 어쩌구저쩌구.
좀 그렇지 않나. 아무리 21세기라지만, 설사 31세기라도 그렇다. 남녀의 만남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따른 감정조절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결정짓는 건 너무 편협한 사고다.
필자가 첫눈에 반한 사랑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의 감정은 무궁무진하다. 하루에도 수백 번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루도 길다. 단 오 분 동안에도 연인과 헤어졌다 만났다를 수십 번 생각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감정은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다. 도파민의 분비는 900일 정도 지나면 바닥난다고 하는데, 우리 주위에는 과학적으로 한창 좋을 때인 900일 전에 헤어진 남녀가 수두룩하다. 그리고 900일 이후에 사랑이 식는다면 지금 현재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약속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900일이 뭔가, 결혼서약을 한 사이라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해야 하지 않나.
따라서 진정한 사랑은 도파민이 사그라진, 900일 이후에 시작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남녀는 각종 몸에서 반응하는 화학물질의 힘을 빌어 900일 동안 상대방의 모든 것을 탐색해야 한다. 각종 기호와 성격, 그리고 성의 격차 즉, 섹스 스타일이 본인과 잘 맞는지. 그 후에 새롭게 반해도 결코 늦지 않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포기하자. 짧게 타오르는 열정 가득한 사랑보다 더 가슴 떨리고 오래오래 영원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하자. 속궁합도 짧은 시간에 맞춰지는 게 아니지 않나. 서로 대화하고 배려하며 아껴주는 것이 첫눈에 반한 그녀(그)와 끝까지 영원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다.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www.l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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