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지 않는 건 … 내 마지막 자존심이에요.”
2004년 초,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한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여인이 이 말을 내뱉자마자,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인을 사랑한 남자는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그리고, 그 여인은 마음이 없는 몸을 그에게 준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없는 몸이라고 했던 그 여인의 말은 거짓이라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2007년 말, 위의 여인보다 더 강렬한, 목적이 있는 여자가 나타난다. 국가를 위해 몸을 던진 한 여인. 자신의 존재를 가린 채 스파이 활동을 하며 적에게 몸을 줘야 했던 여인. 하지만 이 여인도 마지막엔 적이었던 남자에게 마음을 주고 만다.

2004년과 2007년, 비록 3년이라는 시간 차 밖에 나지 않아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필자의 생각엔 시간 차가 더 벌어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위의 이야기 중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이고, 2007년의 목적 있는 여자는 ‘색 · 계’의 왕치아즈이다.

예전은 물론, 지금도 역시 마음 없는 몸의 사랑이란 불완전할 뿐이다. 강철같이 마음을 잠그고 관계에 뛰어들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움직이게 되어 있듯이, 마음과 몸은 하나인 것이다.
이런 고루한 생각을 갖게 하는 이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 하룻밤의 관계가 만연한 2000년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매니아 층을 확보했고 작품성마저 인정받았다.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까? 단지,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사랑해주는 남자가 멋있어서?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여자의 감정묘사가 치밀해서?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두 작품을 본 여성들은 자신이 몸을 내어주는 것이 진심임을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순간적인 감정이라고 해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라는 것, 마음 없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마음 없이 몸이 움직일 수 있는가. 물론, 여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나, 마음 없이 몸부터 움직이는 남성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뜨거운 감정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내뱉는 그 여인의 자존심까지 사랑할 수 있고, 위험한 권력욕과 쟁취한 명예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을 차단하고 살아가던 남자가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정도로 흠뻑 빠져버릴 수 있는, 이것이 바로 '남자의 사랑'이다. 첫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남자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질투보다는 연민을 느끼고, 그들의 순애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어떤 한 남자의 잊지 못할 첫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껏 부풀어 오른다는 것에 더 없는 여자들은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순애보적인 남자의 사랑을 보고 쉽게 찬사와 박수를 보내지는 말자. 그것이 남자의 사랑이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온 마음 다해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떠나버리자 단발의 총성으로 그녀를 죽일 수 있는 것도 남자요, 자신의 명예, 권력, 야망까지 버리며 사랑했던 여자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임을 명할 수 있는 것 또한 남자라는 사실. 감정에 푹 빠질 수도 있지만, 끝내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존재. 그래서 더 매력적인 동물이, 바로 남자이다.

LJ비뇨기과 - 연애 속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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