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결혼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일정기간의 연애기간을 거친 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요즘에도 신문 한편에 조그맣게 자신의 프로필을 올려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광고를 통해 결혼 상대자를 찾는 모습은 1695년에 가장 처음 시작되었는데, 18세기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결혼을 할 정도로 구혼광고가 성행했다.

당시에는 사랑이 아닌 상대방의 부유함이나 지위를 보고 결혼하는 계산결혼이 당연시 여겨졌고, 구혼광고는 이런 결혼방식을 지지할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의 하나로 존재하고 있었다.

근대 시대의 구혼광고는 실로 방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베를린의 일간신문에는 하루에도 160개가 넘는 구혼광고가 넘쳐났으며, 배우자를 찾는 이들은 수많은 광고 속에서 자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단 하나의 조건을 찾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었다. 물론 구혼광고를 내는 이들은 어느 정도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과 지위를 몇 줄의 짤막한 문장 속에 담아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건강하고 키가 크며 훌륭한 체격을 가지고 있음. 나이는 38세로 결혼과 토지구입에 쓸 수 있는 재산이 많이 있음. 예쁘고 어린 처녀와 교제를 원함.”, “대학교수로 역임 중. 성격은 쾌활하나 고독함을 느끼고 있음. 우아하고 부자인 상류계급 미망인과 비밀 교제를 원함.”] 광고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묘하게도 하나같이 풍채가 좋은 사람들뿐이었고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돈이 없는 남자들은 지참금을 많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여자를 원했고, 어떤 이들은 비밀연애를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구혼광고는 날이 갈수록 자유로운 연애의 장으로 변해갔으며 그 중에서 완벽한 결혼 상대자를 찾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 되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처녀들은 아버지나 오빠 또는 친척이 대신 광고를 내주는 일이 많았는데 온통 칭찬으로 가득한 그녀들의 혼인광고는 이미 객관성을 잃은 듯 보이곤 했다. [“본인의 딸은 25살로 예쁜 외모와 날씬한 체격을 가지고 있음. 무척 가정적이며 수예와 문예실력이 출중함. 배우자로는 풍채 좋고 건강한 30대 초반의 변호사, 의사, 고급관리, 교수를 원함.”] 광고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높은 지참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대신 어느 정도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참금이 부족한 여성들은 혼인광고 조차 변변히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그들은 남편이 될 사람을 찾기 위해 거짓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결국 여자의 주위에는 가지각색의 거짓말이 나타났다. 어린 딸의 부모들은 그녀의 성격부터 시작해서 재능이나 지참금을 사실과는 다르게 각색해냈다. 남자는 얌전하고 아름다운데다가 돈까지 많은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재빨리 연락을 취하는 둥 결혼을 서둘렀지만 결혼 후에 모든 사실을 알고는 허탈감에 빠져버렸다.

일명 ‘남자사냥’이라 불리는 이들의 거짓말은 악의가 섞여 있지 않다고는 해도 충분히 사기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배우자를 찾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이나 구혼 광고를 들여다보았지만 각양각색의 칭찬으로 가득한 활자체를 모두 믿지는 못했다. 결국 그들은 신뢰와 의심이 뒤섞인 머리로 베일에 싸여있는 상대방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배우자를 구하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이 구혼광고라는 문화를 만들어냈지만 종국에는 그들조차도 광고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근대의 결혼은 아이러니함 속에 빠져있는 구혼광고 속에서 하나의 거래로써 그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연애 속 공감대> -LJ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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