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남편은 짐승?
최근 미혼 남녀 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결과가 나왔다. 40%가 넘는 사람들이 애인보다 애완동물과 있을 때 더 편안하다고 답한 것이다. 또, 일본의 한 신문이 개를 기르는 60~70대 부부 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내의 50퍼센트, 남편의 40퍼센트가 배우자보다 애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결혼한 노부부 뿐 아니라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애완동물 사육 인구는 2013년 현재 1천만 명에 육박하며, 가족 단위는 물론 1인 가구들도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애완동물이라는 명칭도 1983년부터 오스트리아의 한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인 반려동물(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 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장점을 여러 가지 꼽지만 그 중에서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랑이 샘솟는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과는 달리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는 동물로부터 상처를 치유 받는다, 항상 함께 있을 수 있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든다. 그런데,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예 반려자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
최근 영국에서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결혼한 여자가 있어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7년간 지속됐던 나쁜 남자친구와의 고통스런 관계를 끝낸 뒤 자신의 고양이들과 혼인 서약을 했다. 그녀는 남편(?)들의 이름을 발목에 문신으로 새기고 스페인으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물론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 그녀는 고양이들이 그 어떤 사람보다도 편안함과 사랑을 선사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며 가족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반려자로 맞이한 사람은 또 있다. 독일에 사는 한 남자는 자신의 열다섯 살 난 고양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독일 법률에는 모든 동물과의 결혼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는 평생소원이었다며 결혼식을 강행한 것이다. 비록 법이 반대하는 결혼이었지만 그는 신부(?)에게 면사포와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하객까지 갖춰 고양이와 정식 결혼을 했다. 물론 하객이라고는 그의 남동생과 절친한 친구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세실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고양이 신부와 10년 넘게 한 집에서 살며 같은 침대에서 자고 한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며 이것이 아내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정으로 반려동물과 평생을 함께 하기를 바라서 결혼까지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는 약간 다른 이유로 동물과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무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라고 한다. 인도의 한 외곽 지역에서는 액운을 타고 태어난 소녀들이 부족장의 명령에 따라 개나 새, 개구리 같은 동물들과 반 강제로 결혼을 한다. 이런 소녀들은 일반 남성과 결혼하면 그 남편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불행이 닥치므로 그 액운을 대신 받아줄 동물과 결혼을 한다. 이후 동물과 함께 살다 그 동물이 죽으면 소녀의 액운도 사라졌다고 믿으며 그제야 일반 남성과 결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결혼과 반려자의 조건은 달라진다. 평생을 함께 하며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위로를 받는 것이 결혼의 조건이라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반려 동물이 반려자가 되는 것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결혼을 해서 얻는 여러 가지 법적인 혜택이나 이득을 반려 동물에게도 주겠다는 의도라면 사회 질서를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