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헤어짐을 준비하는 자세

이별이라는 말은 단어만으로도 사람을 지치고 우울하게 만든다. 어느 누구도 헤어짐을 예상하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 모두 영원한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 이별을 겪은 사람은 이별 이후에 올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그 자리를 지속적으로 메우려고 한다고 말한다. 빈자리가 티 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상실의 허전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급한 마음에 누구라도 당장 그 자리를 채워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단기적인 괴로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정작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때, 또 비슷한 문제로 헤어짐을 반복할 때 누적됐던 괴로움이 배가 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모든 이별이 새로운 사람의 등장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상실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헤어짐 중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헤어짐은 자신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영원이 사라질 때 겪게 된다. 가족이나 연인, 배우자와의 이별은 단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상실감을 가져다준다.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하지만 정작 고통 받고 있는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상실감을 채우지 못해 폐인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절실하게 종교를 찾기도 한다. 헤어짐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결국 살기 위한 노력과 다름이 없다.

독일에서는 배우자의 사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상품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흔적인 유해를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보통 유해는 산이나 바다에 뿌리거나 유골함에 넣어 의미 있는 곳에 보관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유골을 생활용품에 조금씩 담아 간직할 수 있는 상품들을 개발해냈다. 물론 보통 사용하는 생활용품처럼 단순하게 생긴 물건은 아니다.

누가 봐도 명품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유리함에 깔끔한 디자인으로 제작 돼 그 안에 유골가루를 넣고 밀봉 하면 영구적으로 죽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 완성 됐다. 보통은 열쇠고리나 만년필, 펜던트, 진공관 스피커 장식 등에 넣어 항상 품고 다닐 수 있게 하거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개중에는 조금 특이한 장소에 죽은 자의 흔적을 채워 넣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인 장난감이다. 독일의 한 성인용품 업체에서는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성인용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워낙 이쪽 방면으로 유명한 독일이다보니 제품의 퀄리티도 최상이었고, 디자인도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할만한 사항이라면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작은 캡슐이 장난감 안에 들어 있는데, 그 캡슐의 용도가 바로 죽은 사람의 유골을 담는 미니 유골함이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와 함께 나눴던 시간을 떠올리기 위해 눈에 보이는 곳곳에 그 사람의 흔적을 담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성생활에 있어서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도구에 유골을 담는 행동은 정상적인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안타까운 이별, 갑작스러운 이별 등등 많은 이들이 겪어 왔고, 또 다시 겪어야 할 괴로운 순간들이다. 이별의 괴로움을 떨쳐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