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아이를 가진 것은 누구...?

부부 사이에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 즉 아내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고통이기도 하다. 오롯이 열 달 동안을 태내에 아이를 품고 같은 영양분을 나누며 감기가 걸려도 약 한번 먹지 못한 채로 지내다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경이로움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모든 어머니가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것이 아닐까? 자식을 낳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어머니들만의, 아내들만의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  

그렇기에 아이를 가질 수도, 낳을 수도 없는 남편들이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신했을 때 (남편에게) 서운한 것은 평생 간다” 는 말이 있듯, 남편은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만큼은 아내의 입장이 되어볼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작은 잘못이나 오해로 아내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만드는 과정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지만,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자궁에서 태아로 자라고 마침내 여성의 질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은 아내 혼자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편이 모든 과정에서 아내를 도우며 함께 하겠지만, 결국 아기가 자라고 나오는 것은 모두 아내의 몸으로부터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내가 아닌 남편이 임신을 한다면 어떨까?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왔던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부부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임신한 남편 이야기다. 합법적으로 부부가 된 남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임신 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대 과학 기술로는 남성의 자연 임신은 불가능한데 이 부부 사이에는 자연 임신을 한 쪽이 남편이라고 한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성 역할과 젠더(사회적인 성)에 대한 개념을 아주 조금만 바꿔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자연적으로 임신한 쪽이 남편이라면, 남편이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남미 출신의 한 여성운동가는 자신의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SNS에 공개했는데,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했던 부분은 아기를 가진 사람이 남편이었다는 점이다. 은유나 상징이 아닌, ‘그녀’의 ‘남편’이 실제로 임신을 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부부의 독특한 사연이 있다. 사실 이 부부는 신체적인 성별과 정신적인 성별이 달라 성전환 수술을 받고 새로이 남자, 여자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부부인 것이다. 즉, 현재 ‘아내’이자 ‘여자’인 여성운동가는 본래 태어날 때 성별은 남자였고, 현재 ‘남편’이자 ‘남자’인 배우자는 본래 태어날 때 성별이 여자였던 것. 성전환 수술의 경우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보존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여성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남편이 임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부의 소식을 접한 일부 사람들은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임신했다고 해야 한다’, ‘남편의 몸에서 태어날 아이가 가질 혼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라며 섣부른 추측을 하거나 비난을 하지만 이는 도가 넘은 간섭이다. 비록 임신을 한 신체는 바뀌었지만 부부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아이를 임신했을 지라도 남편은 남자가 맞고, 남편의 몸을 임신시켰을 지라도 아내는 여자가 맞다. 부모의 정체성이 확실하다면 누구의 몸에서 태어났든 그 아이는 합법적인 부부가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긴 사랑의 결실인 것이다. 오히려 태어날 아이는 부모에 대해 보고 배우며 성과 성 역할에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며, 서로의 바뀐 입장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해당 부모는 출산과 양육의 전 과정에서 더 이해심 있고 배려할 수 있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