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의상으로 앵커가 된 여대생

옷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보통은 특별한 패션 센스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패션 전문가들이나 옷 좀 입는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센스보다는 TPO이다. TPO란 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시간, 장소, 상황이나 경우를 뜻한다. 유명한 모델이나 연예인들처럼 화려하고 특이한 옷을 갖춰 입는 것이 좋은 스타일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맞는 복장, 상황과 경우에 맞는 의상을 입는 것이 진짜 옷을 잘 입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장례식장에 갈 때는 조의를 표할 수 있도록 장식 없는 검은색 정장을, 결혼식장에 갈 때는 신부의 웨딩드레스와 다른 색의 옷을 고르고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도록 입는 것 같은 상식적인 선택이 그것이다.  

이는 패션 감각을 논하기 이전에 매너와 예의에 관련된 것이기에 시간, 장소, 상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복장을 입었다가는 자칫하면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직장 상사의 가족이 상을 당했는데 만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갔다면? 당사자의 승진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할뿐더러 앞으로의 직장 생활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 자칫하면 해고를 당할 수도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전 세계적인 불황에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진 때에는 취업을 위한 면접용 스타일이 공식 비슷하게 정해져 있기도 하다. 당장 인터넷에 ‘면접용 구두’, ‘면접용 정장’, ‘면접용 헤어스타일’, ‘면접용 메이크업’ 등을 검색하면 자료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올 정도이다. 물론 회사에서 아주 파격적인 패션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은 단정하고 깔끔한 정장 스타일이 면접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면접 의상’의 TPO를 완전히 파괴하고도 당당히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지원자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복장의 제한이 엄격한 뉴스 앵커 자리를 당당히 따낸 것이다. 뉴스 앵커는 보도국의 간판이며 뉴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표준어 사용과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갖추어야 한다. 더불어 뉴스는 공익성을 띈 방송이기 때문에 단정한 외모는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뉴스를 전하는 앵커들이 무늬가 거의 없고 단정한 정장을 방송 복장으로 입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럽 대륙의 알바니아 공화국의 한 여대생은 TV뉴스채널의 입사 시험에서 단정한 정장 대신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택했다. 홍보학을 전공하는 21세의 이 학생은 브래지어 없이 앞을 여미는 단추나 지퍼 등이 전혀 없는 재킷을 입고 스튜디오의 앵커 석에 앉아 세르비아 총리와 관련된 보도를 전하는 카메라 테스트에 임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략은 방송국 임원진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으나, 이는 곧 합격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옷차림이 아슬아슬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뉴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시청률의 중요성인데, 이 부분에서 그녀는 시청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녀를 합격시킨 방송국 측의 설명은 이러하다. 실제로 해당 여대생의 카메라 테스트 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라가 있어 수십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입사한 방송국에서 실제로 뉴스를 진행할 때도 그처럼 섹시한(?) 복장을 할지는 미지수이며, 실제로 실행한다 해도 성의 상품화라든지 여성 앵커의 노출과 뉴스의 정확성간의 연관성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시청률이 경쟁력이라는 방송계의 논리로 볼 때는 그녀와 같은 시도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