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하나인데 마누라는 47명?
일처일부제, 일처다부제, 일부다처제, 개방 결혼(다처다부제)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있어 왔으며, 연애와 결혼관이 다양해지고 개인의 취향과 개인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면 될수록 이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전 세계 어딘가 에서는 한 명의 남편이 여러 명의 부인과 첩, 애인까지 모두 합법적으로 거느리고 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남녀 성비의 과도한 불균형, 즉 남자가 여자에 비해 너무 많기 때문에 20년 안에 일처다부제를 합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나라도 있다.
물론 아직도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를 모두 포함하여 연인 관계든 부부 관계든 한 명의 짝을 만났을 때는 그 한 명에게 충실한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명의 연인을 만나거나 배우자를 만드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고, 법에 저촉되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하나 이상의 상대방을 전부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도 그러한 행동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하물며, 두 명도 아니고 마흔 일곱 명의 아내를 만들었다면 어떨까? 물론 47명 모두의 동의는 받지 않았고,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 더 크다면? 이는 명백한 결혼 사기라 할 수 있겠다.
영국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교사는 은퇴 후 인터넷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자상하면서도 자기 일에 충실하고, 그녀를 존중해주는 케냐 출신의 이 남자와 깊은 사랑에 빠진 그녀는 3년 후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남자는 해외 출장이 잦은 것만 뺀다면 함께 있을 때 더없이 훌륭한 남편이었고, 그녀는 늦게 만난 소울메이트와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한화로 4400만원에 달하는 2만 5천파운드의 돈도 사업자금으로 지원해줄 정도였다. 그러나 보통은 일주일 내외로 끝나던 해외출장이 한 달이 되고, 석 달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여교사는 여느 날처럼 남편이 출장을 간 뒤 컴퓨터를 사용하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두바이로 출장을 간다고 했던 그의 행선지가 호주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은 호주에서 나이와 이름, 출신 국가까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속인 채 이중 결혼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그의 ‘두 집 살림’이 실제로는 ‘두 집’ 이 아니라 마흔일곱 집 이었다는 점. 그는 호주는 물론 미국, 캐나다, 필리핀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같은 수법으로 은퇴한 여성 연장자들에게 접근, 결혼을 한 뒤 사업자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돈을 받으며 해외 출장을 간다는 핑계로 전 세계를 누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그의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된 것은 총 47명의 정식 부인들(?)의 목록이었다. 정확한 나이도, 국적도 알 수 없고 아프리카 출신이라고 짐작할 수만 있는 그는 영국 여교사 아내에게는 60대의 케냐 남자, 호주의 아내에게는 47세의 미국 남자 등으로 신분과 성격까지 마음껏 바꿔 가며 여성들을 농락하고 금전적인 지원까지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아내들 중 누구에게서도 먼저 돈을 빌린 적이 없고, 출장이 잦았던 것 외에는 정식 남편으로서 폭력을 행한다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불법적인 행위는 전혀 없었으므로 현행 영국법으로는 어떠한 처벌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아내들 중 일부에게서 고소를 당한 상태이나, 자신의 사랑은 진짜였다면서 호소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고, 불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면 개인의 결혼관은 존중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사랑을 담보로 수십 명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준 결혼이라면 어떠한 존중도 필요 없이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