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애인을 선물하는 아내들
우리는 가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아내가 혼자 남겨질 남편을 위해 그에게 새 여자 친구를 만들어 주려 하거나 이미 죽은 아내의 영혼이 남편에게 애인을 소개해 주는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접하곤 한다. 상식적인 관객들에게는 이것조차도 매우 파격적인 설정일 만큼,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 아내가 나서서 남편에게 애인을 만들어주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데, 성적으로나 부부 문화에 있어서도 서양에 비해 비교적 덜 개방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동양에서, 아내가 남편을 위해 젊고 아름다운 새 애인을 ‘선물’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남편의 취향에 따라 하나도 아닌 여럿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 유행의 진원지는 바로 지구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중국이다. 최근 중국 사회에는 남편에게 ‘러브 돌’을 선물하는 아내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산시성 시안 지방에서만 1년 평균 10,000개의 러브 돌이 판매되는 상황이라고 하니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만도 하다. 중국에 러브 돌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98년인데, 이 때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약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러브 돌(love doll)은 섹스 돌(sex doll)이라고도 부르며 실리콘이나 라텍스 등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주로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머리색이나 피부색, 관절의 움직임이나 피부 질감의 표현 등 옵션 여부를 추가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생김새로 맞춤 제작할 수도 있어 가격은 우리 돈 몇 만원부터 몇 천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러브 돌의 구매자는 남성인 것이 보통이나 중국에서는 여성, 그것도 5,60대 유부녀들이 많은데, 그녀들이 러브 돌을 구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5~60대 여성은 폐경기로 급격한 성욕감퇴와 갱년기 증상 등으로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에 비해 남편들의 욕구는 변화가 있을 수는 있어도 여성들만큼 드라마틱하게 감소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날 수 있고, 이는 자칫 가정불화, 불륜, 섹스리스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중국의 중장년층 아내들이 남편에게 섹스 돌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대신해 남편과 잠자리를 할 수 있으며, 불륜 걱정도 없고, 남편의 여러 가지 취향이나 욕구를 언제든지 해결해 줄 수도 있는데다 아내가 집을 비웠을 때라도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러브 돌’을 아내 대신 애인으로 선물 받는 남편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부는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아내의 결정을 존중하고, 색다른 자극이나 경험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폐경으로 인한 성욕 감소는 어쩔 수 없는 노화에 따른 신체 변화일 뿐, 남편에 대한 애정 자체가 식은 것이 아님을 부부 간에 충분히 상의하고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에 오히려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남편들도 많다고 한다.
러브 돌을 아내가 구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 나 장거리 연애 중인 남성들이 주로 구매한다. 부인이나 연인과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고도 성욕과 외로움을 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에는 인형으로 성욕을 해결하는 일을 변태적인 행위로 보는 시선이 더 많았는데 오히려 최근에는 배우자나 파트너와의 신의를 지킬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