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취미 때문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나의 결혼식이든 남의 결혼식이든 한국 사람의 결혼식 주례 말씀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되는 인용구가 있다. 바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변함없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라’ 는 표현이다. 파뿌리는 흰색이므로, 이 인용구는 막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새신랑 새신부에게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헤어지는 일 없이 오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조언이자 축복에 속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한 주례사를 들은 모든 부부가 머리색이 파뿌리가 될 때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만 해도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가 2.3건, 배우자가 있는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는 4.7건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세계적인 추세로는 이혼율은 늘어나고 결혼율은 감소하고 있어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가정을 이루었다가 갈라서거나 아예 부부의 연(聯)을 맺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혼은 한 쪽 배우자의 요구를 다른 쪽 배우자가 받아들이거나 두 사람이 서로 이혼에 합의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거나 한 쪽이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의 갈등이 생기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혼 소송을 통해 법에 의해 강제로 이혼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10년간의 결혼생활 중 갑자기 남편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위자료나 재산분배, 생활비 원조 등 어떠한 경제적인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 여자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현직 시장인 남편이 집을 나가며 어떠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의 한 소도시에서는 현직 시장이 10년 간 결혼생활을 해 온 부인을 두고 갑자기 집을 나가 3개월이나 돌아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부인에게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은 남편을 기다렸으나 돌아오는 것은 이혼 요구뿐이었고, 당장 아들과 살아갈 생활비조차 끊기자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남편이 집을 나간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어 괴로워했다. 부인은 남편이 한 번도 이유를 말해준 적이 없다고 하며 이유라도 알게 된다면 납득할 수 있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 도시의 시장이나 되는 사람이 가정에 소홀하고 자녀와 배우자에게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사건 아닌 사건에는 깜짝 놀랄 뒷이야기가 있다. 바로 시장 남편이 가출을 하게 된 진짜 이유이다. 남편은 부인에게만 가출 이유를 밝히지 않았을 뿐, 주변 사람에게는 오래전부터 괴로움을 토로해왔다고 한다. 그가 말한 문제는 바로 부인의 은밀한 취미, 노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난 노출이 심한 옷이나 속옷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개하기 시작했고, 점점 그 횟수가 많아지면서 노출 수위도 과감해졌던 것이다. 참다못한 남편은 집을 나갔고,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였다면 시장 부인이 SNS로 노출 사진을 올렸을 때 엄청난 비난을 받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비공개 계정을 이용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지, 우크라이나와의 문화적 차이로 부인의 사생활과 남편의 공무를 연관시키지 않는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남편과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자신의 사적이고 선정적인 노출 사진을 올린 부인의 행동도, 부인의 노출증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대화해보려는 노력도 없이 가출하여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행동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10년을 부부로서 살을 맞대고 함께 살았다면 서로의 입장을 한 번만 더 생각해보고 행동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