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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칼럼
남편의 컴퓨터 폴더를 삭제하던 아내
최초작성날짜 : 2013-01-07 10:37:07, 글자크기   

 

건강한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야한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자랑스럽게 떠벌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흠이 될 만한 일도 아니다. 남들 몰래 자신만의 공간에서 어쩌다 한 번씩 야동을 본다고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야한 동영상이 가끔 우리의 삶에 큰 태클을 걸때가 있다. 바로 야한 동영상을 대체할 살아있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나는 절대, 평생, 단 한 번도 야한 동영상을 본 적이 없어! 라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청순하고 가련한 여인네들은 절대 안볼 거야, 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들 역시 우리 같은 사람인지라 한 번쯤은 호기심으로, 또 한 번은 우연히, 이렇게 몇 차례 비밀스럽게 동영상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야한동영상을 볼 때 연인이나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할까. 차라리 같이 보면서 서로의 도톰한 정을 다시 한 번 재확인 할 기회도 갖고, 성에 대한 신비함이나 신지식을 함께 습득하면 좋을 거 같은데 말이다.

여기, 결혼 전부터 야한 동영상을 공유해 보던 부부가 있다. 부인의 성품은 이해심이 깊은 현모양처였고, 남편의 오래된 취미생활을 적극 권장하는 착한 여인이었다. 남편역시 이런 아내에게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고, 좋은 영상이 있으면 함께 보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행복이 평생 동안 이어질 거라 착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컴퓨터에 폴더가 하나씩 지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남편은 혹시 자신이 무의식 적으로 지웠다고 생각했고, 일말의 의심도 없이 새로운 동영상을 찾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또다시 그가 아끼고 아끼던 폴더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편은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컴퓨터에 몹쓸 바이러스가 침투해 소중한 파일들을 하나씩 사라지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과 인터넷 지식을 총동원해 컴퓨터의 문제점을 밝혀나갔고, 몇 번의 백업과 포맷으로 모든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모니터에 붙여진 한 장의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나랑 컴퓨터 둘 중 하나만 선택해!」

 

포스트잇에 쓰인 글씨는 아내의 손 글씨였다. 그동안 깊은 이해심으로 남편의 취미생활을 동조해 주던 토끼 같은 아내는 사라지고 몰래 보물 같은 폴더를 하나씩 지우는 못된 아내만 남은 것일까. 문제는 이 부부가 신혼이라는 것이었다.

결혼 전엔 자신의 연인이 컴퓨터로 무슨 짓을 하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다른 여자와 바람만 피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 다는 것은 둘 사이에 성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많은 여성들이 남편의 야한 동영상 폴더에 미묘한 질투를 느낀다. 이제 서로 의지하고 살 부대끼며 살 부부가 되었는데 왜 아직까지 컴퓨터 동영상에 의지할까 고민을 하며 설마 자신과의 성생활이 만족감을 주지 않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자신의 성생활에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꺼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뜨거웠던 신혼의 즐거움이 사라질 때쯤이면 남편의 컴퓨터에 무엇이 있든, 외장 하드 가득하게 이름 모를 여인들의 아찔한 영상들이 담겨있든 전혀 상관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신혼 때만큼은 둘만을 위해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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