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3번의 변화를 만난다고 한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간혹 가다 평소 알고 있던 사람과 전혀 딴판이 된 사람을 마주칠 때면 그 변화에 대해 생생하게 실감할 때가 있다.

여자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성격과 분위기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 걱정 없이 용돈 받으며 학교 다니던 시절과,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생활에 물들어 갈 때를 비교해 보면 과연 갖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이 변해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연인들이 대학 졸업과 취업 이후에 쏟아지듯 솔로의 생활로 회귀를 한다. 커플 중 한명은 학생이고, 한 명은 취직을 했을 때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취업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과, 사회 첫발을 디딘 후 아노미 상태에 빠진 사람은 서로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만 있을 뿐 현재 처해진 상황에서 공유할 수 있는 일들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면 되던 시절에서 끝도 없이 야근과 일에 시달려야 하는 직장인의 세계로 뛰어든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일거리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꼬꼬마 사회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여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신부수업에 들어가곤 했다. 사회의 치열함을 겪지 않고, 공주처럼 자라나 공주처럼 시집가면 성공한 인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제는 신부수업이라는 단어가 비현실적이고, 철없는 헛소리로 들리게 되었다. 돈도 벌어 본 사람이 귀한 줄 알고, 요즘처럼 부동산 값에 신혼부부의 허리 빠개지는 소리가 나는 시대에 속편하게 신부수업만 한다고 신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여자 친구와 대학생 여자 친구를 사귈 때는 몸도 마음도 달라야 한다. 대학생 여자 친구는 어느 정도의 간섭의 사랑의 표현이라는 듣기 좋은 표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오는 여자 친구를 전화로 다그쳐도 상관없고, 남자친구 몰래 클럽에 가거나 밤문화를 즐긴다면 폭풍 같은 잔소리도 허용이 된다.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여자 친구를 위해 리포트를 대신 써줄 수도 있고, 피곤해 하는 그녀를 위해 대리출석을 해줄 수도 있다.

회사에 입사한 여자친구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고 다그칠 수도 없고, 술마시고 개가 되어 돌아와도 화를 낼 수 없다. 밤 문화를 회사 생활의 연장이라고 주장하는 구세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상사를 모시고 있을 경우 남친 몰래 클럽 출입마저도 이해를 해 줘야 한다. 그녀가 힘들어 해도 도와줄 수 없고, 대리 출근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 친구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는 위로와 재충전의 공간일 뿐 오지랖 넓은 충고와 잔소리의 배출소가 아니다. 많은 연인들이 사회 초년시절에 이별을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 취업 후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버린 모습에 놀라고 실망을 하고, 걷잡을 수 없는 싸움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걱정이 된다는 이유로 집착하고,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만나는 순간 피곤하고 지치게 될 뿐이다. 처해진 환경이 변하면 사람이 변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이런 변화 하나하나에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보다 좀 더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위로와 휴식이 될 수 있는 연인사이라면 아무리 급변하는 세상이라도 함께 해서 즐거운 사이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