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고 매서웠던 겨울바람이 살랑대는 봄바람으로 바뀌면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겨우내 조용하던 동네 길고양이들은 발정이 나서 동네방네, 아침저녁 울어대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깊은 땅 속에서 잠을 자던 개구리도 부드럽게 녹은 흙을 뚫고 올라와 제 짝을 찾겠다며 비 오는 날마다 시끄럽게 울어댄다. 자신의 짝을 찾아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후대를 잇겠다는 치혈한 생존 본능인 것이다.
봄마다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마음의 변화는 비단 동물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도 겨우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무거웠던 겨울옷이 살랑대는 봄옷으로 탈피 하면서 연애의 속도에 가속이 붙게 된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은 동물은 누굴 만나든 상대가 짝짓기 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에 반해, 인간은 과거에 만났던 인연과 새로 만날 수 있는 인연을 두고 저울질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따듯한 봄이 오고 비어있던 옆자리가 조금씩 도드라지게 느껴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는 의지와 전에 헤어졌던 사람에 대한 애틋한 추억에 끼어 갈등 하는 것이다.
과거에 좋았던 기억, 함께 생동하는 봄을 만끽하고 싶었던 미련, 시간이 지나면서 나빴던 기억이 순화되는 기능이 모두 한데 섞이면 그리움이라는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잘 헤어져 놓고, 정리까지 잘 해 놓고 다시 만나고 싶어 몸부림 쳐지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다시 만나서 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제는 종종 있다는 것이다.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려고 할 때 가장 쉽게 범해지는 실수는 이제는 상대방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이런 점으로 힘들었으니 이제는 단점을 포용하고, 서로에 대해 좋은 점만 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연애를 재가동 시키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도를 닦고 수행을 해도 사람의 본성이 바뀌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수많은 커플들이 다음 이별로 철천지원수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나는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과거 모습 그대로이고, 또 고집만 세져서 쉽게 변하지도 않는 갑갑한 상태만 지속되는 것이다.
옛 말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라고 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절대 지지 않는 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애에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상대방을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예전에 만난 사람을 잊지 못해 다시 만나고 싶다면 우선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헤어진 이유가 뭐였는지, 단순히 급한 감정만 내새워 다시 만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관계를 만들어갈 각오는 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또 상대방이 싫어했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날 좋은 봄날 갑자기 날아오는 헤어진 전 남친의 문자만큼 여자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고 한다. 가볍게 문자를 보내거나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대화의 기회를 마련해 보고 가능성을 파악해 본 뒤 다시 진지한 관계를 만들어 가보자.
한 번 헤어졌던 커플은 생각보다 쉽게 헤어질 수 있다. 그동안에 좋았던 기억들 마저 송두리째 뽑혀 버리고 나쁜 기억들로 대신 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간직할 것인지 선택은 본인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