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심리 테스트 중에 만약 지금 저승사자가 나타나 24시간 후 자신과 함께 저승으로 가야 한다면, 가장 먼저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 보라는 테스트가 있었다. 이 테스트는 사실 심리테스트를 빙자한 지금 당장 뛰어나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질문이었다. 죽기 직전에 할 일이라고 떠올린 일을 더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실행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판에 박힌 생활에서 탈출을 원한다. 남들이 해 본건 욕심을 내서라도 다 해보고 싶고,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체험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한 걸 뻔히 알면서 낙하산 하나 달랑 메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발목에 밧줄을 칭칭 감고 번지 점프를 한다. 통장 잔고가 먼지 풀풀 날리는 거지 신세라도 다음 휴가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날아가고 싶어지고, 5천 원짜리 저렴한 티셔츠 보다 백화점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파는 옷을 입고 나가고 싶어진다. 이건 단순히 허비를 하는 한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남들 다 하는 것이니, 더 늦기 전에 나도 한 번 해보겠다는 보상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단순히 소비와 아드레날린 분출하는 익스트림한 체험에만 국한한다면 아주 다행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체험보다 연애에 대한 체험에 더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누구는 자신보다 5살 연하, 10살 연하와 사귄다더라, 누구는 몸매가 모델 급인 애인이 생겨서 요즘 입이 귀에 걸려 있다더라, 누구는 돈 많고 능력있는 애인이 생겨서 요즘 용돈받고 산다더라. 이런 소문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면 옆에서 아무 걱정 없이 순진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애인이 갑자기 뭔가 부족하고, 빈약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뭐 부족해서!’ 라는 심리가 더해지면 이제 이별의 파국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온다.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경험을 위해 전과 다른 사람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엔 능력 있고, 외모 괜찮고, 집안 빵빵한 사람들이 노총각, 노처녀로 늙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어디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 왜 다들 잘 하는 결혼을 못할까 궁금때가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결국 남과 비교 하다가 제 짝을 놓치고 혼자가 된 경우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교를 하면 끝도 없다. 남들은 이렇게 산다더라, 하면 꼭 그대로 따라가야 잘 사는 것처럼 착각을 하기도 한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니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살고 싶다는 것도 밑이 뚫린 독에 물 붓기나 다름이 없다.
심리테스트에서도 저승사자가 딱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했다. 남들 하는 걸 하루 만에 다 해치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중에서 가장 엑기스만 찾아서 자신이 배 아파 죽겠는 것을 하나 해결하고 만족을 하면 버킷리스트는 순식간에 해결될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답변은 남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로 인생을 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철이 들고, 나이가 들어도 사촌이 땅을 사면 왠지 모르게 배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과 비교해서 행복을 찾는 일은,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을 가진 사람을 보면 순식간에 깨져 버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행복이라고들 말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남이 해봤다고 자랑하는 건 어떻게 해서든 따라가서 그 행복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한계점을 찍고, 그 한계에 도달했을 때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남들 해 본 연애, 나도 다 해보겠다고 나서면 결국 성격만 버리고, 잔고만 거덜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