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기억나는 일이 별로 없을 때가 있다. 연인 사이에 끊임없이 기념일을 만들고 그 날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바로 이 추억을 남겨두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추억 만들기란 진부한 단어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좋은 순간 만들기란 매우 끈질긴 노력이 필요로 한다. 아무리 화려한 이벤트라도 기억에 남자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인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방법은 많다. 조금만 눈썰미를 키워서 인터넷을 뒤져봐도 추억 만들기 정보는 홍수처럼 쏟아진다. 하지만 남이 좋았다고 자랑하는 걸 똑같이 따라하는 건 그다지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다. 가능하면 단 둘만이 공유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꼭 좋은 기억이 좋은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이 함께 행복한 기억을 만들면 그게 평생을 가져갈 추억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사람의 심리가 좋은 기억은 빨리 잊고, 서운하고 슬펐던 기억을 오래 가져가기 때문에 좋은 기억만 잔뜩 쏟아 붓는다고 해서 그 추억이 평생을 간다고 보장할 수가 없다.
여행을 떠났을 때 기억에 남는 추억거리를 회상해 보면 좋은 유적지를 구경하고 온 것 보다, 숙소에서 일행과 투닥거리고 다시 화해하고, 사건 사고에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했던 기억들을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적지는 언제 봐도 똑같지만 그 장소에 함께 갔던 사람과, 그 순간 순간의 시간들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치고, 문제가 발생해도 함께 해결하고 나면 여행을 돌아와서도 끊임없이 회상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남게 된다.
연인과 평생을 나눌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사고 거리를 만들어 보자. 수습 가능한 범위 안에서 둘이 함께 해쳐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 사고를 치면 아마 평생 회상하며 수다 떨 수 있는 소재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사고를 칠 때는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여기서 제 3자가 끼게 될 경우 예상했던 결과가 보기 좋게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 둘이 여행을 가거나, 3자가 끼어들 수 없는 공간으로 이동해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사건은 둘의 감정을 잔뜩 삽입한 싸움이 아니라 실수를 가장한 사건이다. 추운 겨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키를 차 안에 두고 잠갔다거나, 우동을 먹다가 타고 온 고속버스가 출발해 버리는 소소하지만 당황스러운 사고들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런 소소한 사고들은 당장 일이 닥치면 당혹스럽고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고난에 닥쳤을 때 남자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여줄 수도 있고, 훗날 이야기 거리도 생긴다. 만약 여기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신경질 내고 화를 내면 이별로 가는 지름길이 펼쳐 질 수 있으니 최대한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며 값비싼 이벤트와 평소 월급으로는 상상도 못할 선물들을 바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선물들은 받은 기억만 날 뿐 언제, 왜 받았는지 기억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벤트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에 비해 효과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이든 노력을 하고, 시간을 들이면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해치울 때가 있다고 한다. 너무 과욕은 부리지 말되,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