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계 고등학생이 아만자인 엄마를 위해 전교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했는데 5회 말 카드를 잘못 써서 꼴등을 했다. 마마잃은중천공이라고 남자가 입 밖에 꺼낸 말은 지켰어야지...'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겠는가? 신조어 테스트는 아니다. 오히려 이성이 당신에게 갖는 호감도 테스트에 가깝다. 기존 테스트와 다르게 알아듣는 단어가 많을수록 호감도는 빠르게 떨어질 것이다.
이 희한하다 못해 기괴한 문장에는 총 네 개의 틀린 맞춤법들이 있다. 그걸 잘 고치면 병든 어머니를 위해 전교1등을 하려 했으나 실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간 남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된다. 시럽계는 실업계, 아만자는 암 환자, 5회 말 카드는 OMR카드, 마마잃은중천공은 남아일언중천금이다.
혹시 이 네 개 단어 중에 하나라도 맞는 걸로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어디 가서 티내지 말길 바란다. 이 단어들은 이성의 호감을 한순간에 급격히 떨어뜨리는 맞춤법 끝판 4대천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이성의 교양이나 지적 수준을 판단할 때 기본적으로 보는 것이 무엇일까? 스펙? 학교 성적? 들고 다니는 책의 제목?
교양시험을 보거나 성적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가장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쓰는 언어로 판단할 것이다. 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말로만 대화했지만 요즘은 문자 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 때문에 글로도 대화를 나누니, 그 사람의 언어생활은 말과 글 모두가 중요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 맞춤법은 단순히 국어적 지식 뿐 아니라 문자 대화 전반에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 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무려 여성의 90%, 남성의 80% 이상이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이성에게는 호감이 생기지 않으며, 호감이 있던 이성도 싫어진다고 답했다. ‘무식해 보인다’가 가장 큰 이유였고, ‘성의 없고 가볍게 느껴진다’도 뒤를 이었다.
한글 맞춤법을 죄다 꿰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아나운서나 국어 교사가 아닌 이상 한글 문법과 맞춤법을 완벽하게 알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게다가 맞춤법은 사용 실정에 맞게 계속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항상 맞춤법 100점 만점의 대화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알면서 일부러 애교나 유머로 틀리는 게 아닌 이상 최소한의 맞춤법 사용은 상식의 문제다. 실업계라는 단어를 모른다면 대충 유추를 해서라도 ‘시럽계’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럽계는 무슨 계열인가,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학교라도 된단 말인가? ‘아만자’는 또 어떤가. ‘암’과 ‘환자’는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제대로 읽고 쓸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단어인데, 그 둘을 붙였더니 웬 외국 여자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인지.
그 외에도 은근히 많은 사람이 틀리는 말이자 다가오던 이성도 달아나게 만드는 맞춤법 ‘구멍’들로는 감기 빨리 ‘낳아(나아)’, ‘어의(어이)’가 없다, 잠깐 ‘예기(얘기)’ 좀 할까요, ‘일해라절해라(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그 색깔이 ‘문안(무난)’하다, ‘구지(굳이)’ 그럴 필요 있나 등이 있다.
사랑을 쓰다가 틀릴 수 있으니 사랑은 연필로 쓰라는 옛날 유행가 가사가 있다. 그러나 뭐가 틀렸는지 알아야 연필로 쓰다 지울 수라도 있는 것이다. 내 사랑이 ‘살앙’인 줄 알고 보냈다가 망신당하기 전에 사랑도 맞춤법 검사를 하고 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