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남자고 여자고, 일단 내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연애하기 전처럼, 또는 결혼하기 전처럼 잘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물고기를 잡아서 어항이 가두어 놓은 건 아니지만 바다에 어망을 쳐놓고 가두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마음을 줄듯 말듯 밀당 아닌 밀당을 하고, 이른바 썸을 탄다고 말하기에는 한 쪽이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인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들을 어장관리남, 어장관리녀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에게 다 친절한 게 성격이라 어쩌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어장관리가 된 케이스도 있지만 어떤 노련한 어부(?)는 자기가 외롭거나, 필요한 게 있거나, 시간 보낼 사람이 없을 때 '써먹기 위해' 수많은 이성을 어장에 모아두고 필요할 때만 먹이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노련한 어부의 어장에 갇혀 있으면 시간과 돈은 물론 마음과 영혼까지 탈탈 털릴 가능성이 높다. 관리하는 어장이 넓으면 넓을수록 내가 그녀만의 물고기가 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쁘고 애교 많은 후배의 어장에 제대로 갇혀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먼저 연락 오는 법이 없고, 며칠씩 연락 없다가도 혹시나하고 그가 연락하면 단답형 답문을 보내오곤 했다. 그는 적어도 연락이 끊기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헛된 희망을 걸고 기꺼이 그녀의 ‘호구’가 되기를 자처했다.
어느 날 언제나처럼 그녀를 모시러 나가는 길에 타이어가 터졌다. 그는 타이어를 갈아야 해서 약속시간을 늦췄는데, 그녀로부터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약속을 취소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 남자는 약속장소 근처까지 나간 것이 아까워서 혼자 영화라도 볼까 하고 근처 극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그녀가 극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버젓이 다른 남자와 같이. 그녀는 그저 만날 사람이 없어서 남자와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그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만나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는 상대가 없었을 뿐. 남자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은 물고기였는지 깨닫고 그 길로 그녀의 모든 연락처를 지우고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이런 어장관리녀에게 완전히 코가 꿴 상태라면 무슨 조언을 해도 안 들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어장에 잡혀 있음을 깨닫고 뛰쳐나오려 노력하는 물고기에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소개하겠다.
1. 자꾸 취소하는 약속, 이번엔 내가 먼저 취소해본다
당신이 먼저 약속을 취소했는데 상대가 아무 반응이 없다면 어장이 확실하다.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약속 취소 후 언제 다시 만날지 스케줄 조정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제발 반응이 온다고 연연하지 말자, 그녀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돌려줄 줄 알아야지, 불특정 다수에게 너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한두 명의 정성에 특별히 답해줄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연예인이지 일반인이 아니다.
3. 멀어지고 싶다면 바쁜 척!
'좋은 사람 증후군'에 걸려 있어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모질게 굴어 나쁜 남자가 되기 싫다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자. 여기서도 나에게 진짜 관심 있는 여자라면 어떻게든 계속 연락을 취하려고 하겠지만 단순한 어장관리녀라면 서서히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녀의 어장에는 또 다른 물고기가 있으니까!
혹시 아직도 그녀의 어장관리에 긴가민가하면서도 환상을 못 버리는 남자들이 있다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녀처럼 행동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시간 때울 사람이 필요해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