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삶에서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게 있다면 무엇일까? 일? 여자? 자동차?

모두 맞는 말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친구'가 아닌가 싶다. 여자 없는 남자는 많아도 친구 없는 남자는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남자에게 우정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 우정이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친구의 연인에게 반하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든지

오랫동안 친구로 알고 지내온 여자가 이성으로 보이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친구 때문에 연애에 실패하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뭐니 뭐니 해도 연인은 뒷전이고 친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일 것이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도 친구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친구들에게 돈을 꿔주느라 데이트 비용은커녕 밥값도 없다거나 빚보증까지 서는 '우정에 살고 우정에 죽는' 타입 말이다.

여자들도 남자에게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오죽하면 저 연애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책에서도 남자의 우정과 친구라는 부분은 이해해 주라는 충고를 하지 않는가. 또한, 남자의 우정, 의리와는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여자에게도 친구와 우정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친구 때문에 자신이 ‘소중히 여겨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여자들은 대단히 서운해 한다. 이기심일 수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이라면 언제나 자신이 연인에게 1순위이기를 바라는 게 당연한 심리다. 그렇다고 365일 24시간 연인만 만나고 떠받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와 우정을 쌓으면서도 그녀를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친구들과 만나더라도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락을 잊지 않는다거나,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자리라면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끔 그녀와 동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정 때문에 연애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타입은 또 있다. 입으로는 외롭다, 여자 친구가 필요하다 하면서도 편한 친구들과만 시간을 보내는 타입이다.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하루 종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없는 여자 친구가 갑자기 생길 리 없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것이다. 보통은 모태 솔로라 불리는 타입에게서 이런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여자 친구는 사귀고 싶지만 과정을 잘 모르겠거나 연애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겁나면 계속 편안한 친구들과만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이렇게 동성 친구들과 지내는 게 더 속편하다는 친구들끼리 뭉치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만일 자신이 연애할 준비가 되어 있고 오는 인연 막지 않겠다는 자세인데도 여자 친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주변 친구들을 점검해 보기를 권한다. 혹시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은 ‘외로워’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여자를 만날 기회조차 만들지 않으려 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정말 외로운 사람들은 말로만 외롭다고 하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 연애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소개팅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식으로 말이다. 주변에 연애 하지 않는 친구들만 있다 보면 같이 시간 보낼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연애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쟤도 안 하는데 뭐...’ 하며 안도할 수도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자신은 외롭다고 느끼는데 주말마다 동성 친구들만 만나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면 사실은 진짜 외롭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라 여자를 찾아 나설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