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고 싶다, 골키퍼가 있어도...- 

큐피드의 화살에는 눈이 없다고들 말한다. 지구 위에 사는 수억 명의 사람들 중 내가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싱글인 내가 마침 싱글인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게 가장 좋고 성공률도 높지만 사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골키퍼 있는 골대’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미 곁에 애인이 있는 여자에게 꽂혀 가슴앓이를 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법적으로 정해진 배우자가 있지 않은 이상 임자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또, 마음에 둔 사람이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있어 되돌리려 해도 이미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내 마음 나도 몰라’인 셈.

또 하나, 친한 친구의 연인과 함께 어울리다 사랑에 빠져버리는 경우이다. 보통 취향과 성격이 비슷한 친구라면 여자를 보는 눈도 비슷하기에 이런 사랑의 비극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바라만 보아도 설레고 가슴이 아린 그 사람. 그녀가 연인과 헤어지고 내게 오기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시간, 그 고통을 더는 견디지 못해 결단을 내리려는 이, 또는 이제 막 사랑에 빠진 그녀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첫 번째, 당신은 그녀의 그 사람보다 잘났는가?

이는 외모, 능력 등 이른바 ‘스펙’을 따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지금 현재 당신 아닌 그를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녀의 남자친구만큼 매력이 있는가? 그녀가 멀쩡한 남자친구를 버리고 당신을 택할 정도로 당신에게서 내세울 만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가?

두 번째, 당신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남자는 본능적으로 경쟁을 추구한다. 이기기 위해 공을 쫓아다니고, PC 앞에서 밤을 샌다.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단지 누군가의 여자이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그녀 자체가 아닌 그녀를 빼앗는 과정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사랑한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손에 넣으면 열정이 식어버린다면 그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 능력을 사랑하는 나르시스트일 뿐이다.

세 번째, 그녀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가?

사랑에 빠지면 이성이 마비되기에 모든 것을 내 기준에서 보게 되기도 한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애인과 하루빨리 헤어지고 내 품으로 뛰어들고 싶어 할 거라고 믿고 싶겠지만, 알고 보면 그녀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혼자만의 착각으로 그녀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단정 짓고 행동에 나서면 거절은 물론이거니와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고, 진심을 다해서 고민한 뒤 하나라도 망설여지거나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고백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지만 이 질문들에도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YES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 때는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골대에 슛은 한 번 날려 보자. 물론 저 질문들에 아무리 당신이 예스라도 그녀가 노를 외치면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도 잊지 말고. 진심을 다해 한 여자를 사랑했다면 그녀가 원하지 않을 때 후회 없이 돌아서는 것이 남자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