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의 독립생활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수가 눈에 띌 만큼 늘어났다고 한다. 명동이나 홍대만 나가봐도 한국 사람만큼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몰려 있고, 심지어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들로 가득한 거리를 볼 때도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은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외국인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던 한국인들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는 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라고 한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독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독립을 하면 어느 정도 자립을 해서 스스로 월세나 생활비를 벌어 살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를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에게 완벽한 경제적 독립은 한국 땅이나 외국이나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특히 요즘은 범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성인 남녀가 부모에게 의지하고 사는 것을 비정상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의지가 단순히 한 집에 함께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자식의 선택권에도 부모의 영향이 미친다는 점이다.  

평생 엄마의 치마폭에서 살던 여대생이 있었다. 그녀에게 독립은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였고, 독립은커녕 칼 같은 통금으로 밤 9시만 되면 집으로 뛰어 들어와야 상황이었다. 이미 사춘기도 지났고, 철벽같은 엄마와 싸우는 것도 지친 그녀는 엄마의 뜻대로 조신하게 학교만 다니는 순종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문제가 터진 건 그녀가 연애를 하면서 부터였다. 그동안 엄청난 치맛바람으로 서울 명문대학을 입학시킨 어머니는 서울의 SKY가 아니면 대학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자신의 눈높이에서 한참 떨어진 대학을 다니는 남자를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상상은 현실에서 벌어졌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딸의 성격까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의 반대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욕설이 튀어 나왔고, 남자친구를 불러 호되게 야단을 치며 손가락질 하는 일도 있었다. 남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모진 언행도 서슴없이 튀어 나왔다.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격심한 반대에 부딪히면 상대편의 연대가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쌓인 것이 많았던 딸은 남자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엄마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둘 사이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집을 나가버리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승기는 딸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딸의 반항에 잠시 당황한 엄마는 마음이 조금 흔들리기는 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았다. 집은 나가되, 돈은 한 푼도 원조해 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도 다음 학기부터는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이며, 독립 자금도 10원 한 장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용돈과 카드가 끊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결국 딸의 반항은 일주일을 못 넘기고 끝나고 말았다. 엄마에게 반항할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었지만 금전적 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가 그 이후 엄마의 뜻대로 스팩 좋은 남자와 결혼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까지 포기하고 배경과 스팩을 따지는 것은 아무리 순종적인 딸이라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능력부터 쌓고, 부모에게 당당하게 독립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