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산에서 이루어진다?
남녀 연애 관련 방송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던, 지금은 유부녀가 된 한 여성 방송인이 애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기찬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 조언은 바로 ‘방구석에서 아무리 한탄해 봐야 움직이지 않으면 애인은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자가 의사 애인을 얻고 싶으면 최소한 병원 근처 죽 집이라도 가서 앉아 있고, 남자가 교사 애인을 얻고 싶으면 최소한 학교 근처 카페라도 가서 앉아 있어라’ 였다. 의사들은 철야를 하거나 근무 끝나고 술자리를 갖는 일이 빈번하기에 죽을 해장 겸 식사로 하는 일이 많다. 이에 착안하여 의사 애인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많이 다니는 병원 근처 죽 집에서 자신을 노출해 만날 기회를 늘리라는 뜻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한 마디로 ‘움직여야 연애를 한다’ 는 메시지로 볼 수 있겠다.
연애를 못 해서 한탄하는 사람들의 넋두리를 들어 보면 의외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디서’ 연애 상대를 구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성과 꾸준히 교류할 수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직장에서는 사내연애가 쉽지 않기에 꺼리게 되고, 길이나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의 연락처를 얻는 이른바 ‘헌팅’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거나 외모 위주로 판단하는 것 같아 꺼려진다고 한다.
이에 많은 연애 고수들은 ‘취미’를 키워드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취미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요리나 꽃꽂이부터 실외에서 하는 운동이나 자전거까지, 실로 다양한 취미생활이 존재한다. 수많은 취미생활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 하나를 골라 관련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이다. 동호회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과 교류하다 보면 모임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고, 모임에서 이성과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식의 취미생활 중 가장 연애의 기회가 많은 것은 단연 등산이다. 일단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 등산은 몇 년 전부터 정치인,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일반인들에게까지 건강에 좋은 운동 겸 취미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등산 인구는 180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아도 등산을 취미로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또,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날씨만 나쁘지 않으면 주말마다 할 수 있는 것이 등산이다. 얼굴을 익히고 주말마다 만나면 친해질뿐더러 연애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등산은 중년의 전유물이나 불륜의 온상이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그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등산을 테마로 한 2,30대 싱글들의 미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등산 동호회도 아예 20대, 30대 전용으로 나이 제한을 두는 곳이 많다.
등산 미팅 참가자들은 대체로 일반 미팅보다 등산 미팅이 더 낫다고 꼽는다. 좁은 실내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상대와 마주앉아 느껴야 하는 어색함과 부담감이 없고, 보통 미팅 시간보다 등산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 가파른 길이나 개울 등을 건널 때는 은근히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할 찬스가 온다. 여성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실내에서는 비교적 내숭을 떨거나 점잔을 빼는 등 꾸며진 모습을 보이기 쉬운데, 야외 활동을 하면 상대의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을 더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미팅이 실패하더라도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손해날 일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