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숨겨진 남녀의 비밀

외로운 남녀가 짝을 찾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교나 직장처럼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호감이 싹트는 것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친구나 지인을 동원해 소개를 받기도 하고, 단체로 미팅에 나가기도 하며 취미생활 관련 동호회나 모임에 나가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 보다는 외국에서 더 보편화된 것이긴 하지만 소셜 데이팅 사이트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해 인터넷 공간에서 데이트 상대를 물색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연인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되는 '단체 소개팅' 방법 중에 '스피드 데이팅' 이라는 것이 있다.

우선 다수의 참가자들이 일정 비용을 내고 한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장소를 옮겨 가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성과 돌아가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10분 미만의 시간 동안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호감이 생기는 상대가 있으면 번호를 적어 두고, 그 상대도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연락처를 따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화 시간이 짧다는 것은 곧 상대의 호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외모가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피드 데이팅에 참가해 본 사람은 상대의 됨됨이보다 외모가 주는 첫인상으로 호감 가는 짝을 정하게 된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스피드 데이팅을 하면 어떨까? 외모에 치중해서 사람을 고르기보다 대화를 나누며 받는 인상이나 느낌을 더 중요시하게 되지 않을까?

최근 미국 뉴욕에서 외모를 보지 않는 스피드 데이팅이 개최되었다. 한 스피드 데이팅 회사가 모든 남녀 참가자들의 얼굴에 커다란 종이봉투를 씌운 것이다. 참가자들은 눈과 숨구멍만 뚫린 갈색 종이봉투를 얼굴에 쓰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며, 스피드 데이팅이 모두 끝난 다음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얼굴을 가릴 종이봉투에 개성 있는 인사말이나 낙서,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종이봉투를 쓴 채로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든 참가자는 외모라는 선입견을 차단한 상태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 볼 기회를 갖게 된다.

다행히 런던과 뉴욕에서 있었던 이 두 번의 ‘종이봉투 스피드 데이팅’은 제법 괜찮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나쁘지 않으면 추후 재개최 여부를 결정한다고 공표했었는데, 다음 번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스피드 데이팅이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종이봉투를 쓰는 것까지는 다소 어색한 일일 수 있지만 스피드 데이팅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보급되어 있다. 싱글들에게 가혹한 날인 동시에 가장 외로움을 느낄 만한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 편안한 홈 파티 느낌의 스피드 데이팅을 제공하는 이벤트 회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고, 하늘을 보아야 별을 딴다. 스피드 데이팅으로 연인을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하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여러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