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번 해야 여친이 좋아하나요?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취존’ 이라는 말이 있다. ‘취향존중’의 준말로, 다른 사람의 취향이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방 커피에 설탕 몇 스푼을 넣느냐부터 짬뽕과 짜장면까지 우리는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며, 나의 취향을 지키고 싶다면 남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인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취향을 존중하느냐 마느냐로 갈리는 문제가 아닌 취향이 있다면 어떨까?
「하루에 전화를 몇 번 해야 여친이 좋아하나요?」
A군은 첫사랑과 헤어진 후 오랜 시간 뒤에야 지금의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이번 그녀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여성 회원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러한 질문 글을 올렸고, 회원들의 다양한 자문을 구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그가 첫사랑과 헤어진 이유가 바로 이 전화, 문자 등 ‘연락 횟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평소 적은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었던 그는 덕분에 주변 사람들과 연락하는 횟수가 대단히 적은 편이었다. 말이 많거나 약속이 잦은 편도 아니었고, 내향적인 성격이라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더 즐기던 그는 자연스레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 않는 것이 편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특별할 때나 약속이 잡혔을 때나 통화를 하는 편이었고, 가족과는 저녁에 집에서 만나기 때문에 급한 일이 있지 않으면 그의 전화기는 시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첫사랑 여자 친구는 외향적인 데다 대화하기를 좋아해, 시간 날 때마다 가족, 친구, 남자친구와 통화하기를 원했다. 둘은 연락 문제 때문에 자주 다투었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
보통 많은 남녀 커플은 여성 쪽이 더 잦은 연락을 원하면서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질려 하는 남성과의 갈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취향과 성격에 따라 반대 성향이 존재하기도 하고, 심하면 너무 자주 연락하는 쪽이 스토커나 의심병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연락 횟수에 관한 취향이 남녀 모두 동일하면 싸우는 경우가 드물고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데, 이것이 다르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A군의 질문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회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다. 최소한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통화하는 게 좋다는 사람부터,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한 번씩 최소한 네 번은 해야 한다는 사람, 자신과 남자친구 둘 다 연락 횟수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한 달 동안 만나서 대화한 것 빼고 한 번도 통화 한 적 없다는 커플, 연락도 잦고 통화도 길어 커플 요금제가 아니면 전화요금이 수십만 원씩 나온다는 사례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선배(?) 커플들 모두 대답은 하나같이 ‘대화’를 강조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연락을 더 자주 하고 덜 자주 하는 문제로 티격태격하게 되기 전까지 상대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신경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기본적인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이는 곧 싸움의 불씨로 번질 수 있다.
사랑하는 그녀가 내 바람만큼 연락을 자주 하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잦은 연락을 요구해서 갈등이 생길 것 같다면 그것을 깨달은 순간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터놓고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는다면 불필요한 다툼을 미리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