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엑스를 만나는 이유
새벽 두 시, 휴대전화 메신저 알림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로 오는 문자나 전화일 수도 있다) 창에 뜨는 글자는 단 두 글자.
“자니...?”
이 상황은 보통 많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구남친’의 이미지이다. 헤어진 게 분명한데 뜬금없이 새벽2시쯤, 심하면 4~5시쯤에 연락해서 별다른 말도 없이 자냐고 물어보는 찌질함의 상징 말이다.
그런데, 외로울 때 전 애인을 생각하는 비율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높다면 어떨까? 즉, “자니?” 하고 이미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는 것이 ‘구남친’ 이 아니라 ‘구여친’일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최근 1900여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로울 때 생각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여성의 대답은 1위가 ‘전 남자친구’, 남성은 ‘현재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썸녀)’ 로 나타났다. 이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은 남자들이 엑스(전 애인)를 여자보다 더 그리워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3%나 되는 여자들이 전 남친을 꼽은 반면 헤어진 여자 친구를 꼽은 것은 21% 뿐이었다.
한편, 솔로 남녀가 가장 외로운 때라고 답한 것은 따뜻한 봄날이었다. 이것도 남자는 가을을 타고 여자는 봄을 탄다고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르게, 남녀 모두 봄이라는 계절을 꼽은 것이다. 보통 봄에는 꽃이 피고 날씨가 화창해 연인들이 야외 데이트도 많이 하고, 동물들도 짝짓기의 계절을 맞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로움에 사무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 즉 썸남이 없는 여자들만 전 남친을 꼽은 것일까? 지금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는 남성 독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썸남이 있어도 전 남친이 먼저 생각난다는 대답을 한 여성도 상당 부분 있었다. 이러니, 전 남친과 관계를 깨끗하게 끝내지 못하고 새로운 남자와 썸을 타서 어장관리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종종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현재의 썸남보다 과거의 연인을 더 먼저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구 남친이 그리워지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남성은 1위로 꼽은 ‘따뜻한 봄날 할 일이 없을 때’ 다음으로 ‘거리의 알콩달콩한 연인을 볼 때’를 들어, 비교적 외로움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현재 호감을 가진 여자를 생각하는 반면, 여성이 구 남친을 그리워하는 이유 2위는 ‘아플 때나 힘들 때’ 가 포함되어 있다. 즉, 여자는 외로울 때, 아플 때, 힘들 때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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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여자가 남자보다 미련이 더 많다거나 연애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다는 성급한 일반화는 아니다. 그러나, 이성의 존재가 필요해 질 때, 새로운 이성을 찾으려는 생각 보다는 예전에 사랑했던 이성의 기억을 떠올리는 비율이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높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인 것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전에 사귀다 헤어진 여성을 아직 그리워하는 남성 독자가 있다면, 그래서 그녀와 다시 한 번 관계를 회복해 보고 싶다면, 날씨 좋은 봄날 가벼이 안부 인사를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가 잠들어 있는 새벽 말고, 가장 화창한 시간에 말이다. 물론 그것도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면 생각도 말아야 할 일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