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애인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생기면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녀를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이는 사랑하는 그녀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더 가까이 데려오고 싶다는 뜻이고, 그만큼 그녀를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의미가 된다. 두 사람이 비밀연애를 합의한 게 아니라면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 남자는 의심해볼 만 하다는 것이 여자들의 연애 룰 중 하나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남자들 사이에서 친구들에게 애인을 소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친구의 애인을 소개 받는 자리에서는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곤 한다. 친구의 애인에게 ‘금지된 사랑’을 품게 되거나 그녀에게서 ‘유혹’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친구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멀쩡한 커플 사이가 대단히 나빠지거나 심하면 헤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자리에 나온 커플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몇 년간 애인이 없다가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난 남자가 있었다. 이 여자다 싶었던 남자는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그녀를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그가 평생 친구라고 여기는 가장 친한 절친들이었다. 당연히 그들도 남자의 연애를 알고 있었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남자의 애인도 그의 친구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고, 그들 모두 친구가 정말 괜찮은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심은 그러하나 전달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식사 자리가 술자리로 이어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잘못 꿴 첫 단추는 한 친구의 말실수였다. 남자의 애인을 칭찬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남자의 과거 여친과 비교하는 듯한 이야기를 꺼내고 만 것이었다. 남자가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것은 그의 마지막 연애가 너무 힘들어서였는데, 새로 생긴 애인을 칭찬한답시고 하지 않아도 좋았을 친구의 과거 연애사에 대해 너무 시시콜콜 털어놓아버린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얼른 수습했지만 남자와 애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위기를 수습한답시고 다른 친구가 술잔을 돌리며 남자에게 ‘러브샷’을 권했던 것이다. 남자의 애인은 남들 앞에서 애정 행위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남자가 누누이 말해왔고, 그녀 역시 러브샷을 권하는 친구에게 정중히 거절했던 터였다. 그러나 친구들은 이렇게 하면 더 가까워진다며 억지로 밀어붙였고, 결국 남자의 애인은 친구들 등쌀에 러브샷을 해야 했다.

이같은 그녀의 반응에 남자의 애인과 더 친해졌다고 착각한 남자의 친구들은 다시 그녀를 폭풍칭찬(?)하며 이번에는 결정타를 날리고 말았다. 남자의 애인이 불편해 하는 것은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여자 친구가 없는 한두 명이 ‘소개팅 좀 해 달라’ 고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 못한 남자가 점잖게 항의했고, 그제야 싸해진 분위기를 느낀 친구들은 농담이라고 무마하며 넘어갔다. 남자의 애인은 전혀 취해보이지 않았지만 많이 취한 것 같다며 자리를 떴고, 얼마 후 친구들은 남자가 애인과 크게 다툰 후 헤어졌다며 당분간 찾지 말라는 남자의 원망 섞인 연락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막역한 사이의 친구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데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과 그만큼 짓궂게 굴어서 친구에게 우정 표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그러한 자리는 친한 친구와의 편안함과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공존해야만 하는 자리이며, 그런 상황일수록 오히려 더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