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두 여자?

요즘 이중인격, 다중인격 드라마가 인기다. 다양한 인격을 가진 한 남자와 그 인격들을 모두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만화를 원작으로 한 가상의 스토리이고 드라마일 뿐이지만 한 사람의 몸 안에 여러 가지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깃감이다.

실제로 다중인격은 매우 희귀한 중증의 정신 장애이며 학자들 사이에서는 한 사람의 몸에 여러 가지 성격과 인격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전혀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하나였던 인격이 환경적 또는 어릴 적 충격에 의해 분리되면서 통합되지 못한 채로 마치 다른 성격인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1994년 이후 다중인격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쓰지 않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병명을 쓴다.  

앞서 말했듯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실제로 판정 받은 환자는 대단히 적기 때문에 매우 희귀한 사례이며 해당 병명으로 판정을 내리기도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고 한다. 드라마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외국의 경우에는 종종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인격)라 주장하며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거나 형량을 줄이려는 변명을 하는 범죄자들도 나타난다. 정신 병력이 인정되면 수감 생활을 하지 않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다중인격을 이용한 여자 때문에 두 남자가 눈물 흘린 사연이 있다.  

  

30년 가까이 모태솔로였던 남자가 있었다. 외모나 성격도 딱히 남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나 이성을 대할 때 너무 쑥스러워하고 소심해지는 게 문제였다. 그의 이상형은 아주 활발하고 여장부 같은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날 자신의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여성을 소개받게 되었다. 헬스클럽 트레이너라는 그녀는 청바지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고도 군살 없는 몸매와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이었다. 그들은 만난 지 사흘 만에 사귀게 되었다. 고백도 여자 쪽에서 화끈하게 먼저 해왔다. 집과 직장이 조금 먼 장거리 연애라는 게 흠이었지만 남자는 씩씩하고 적극적인 그녀와 결혼까지 꿈꿀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여자의 동네 근처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평소 부드럽고 조용한 모습만 보여 주었던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 주고 싶어 볼일이 끝난 뒤 연락 없이 그녀의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곧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늘 질끈 묶었던 머리를 풀어 웨이브까지 넣고, 여성스러운 꽃무늬 원피스에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가 웬 근육질 남자의 팔에 달라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남자는 너무 놀라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남자를 발견한 여자가 갑자기 기절을 하는 것이었다. 기절에서 깨어난 여자는 원래 남자가 알던 터프한 그녀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근육질 남자가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애인이 알고 있던 그녀는 너무나 청순가련하고 연약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두 남자의 추궁에 그녀는 자신이 다중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설명이 하도 그럴듯해 남자들은 깜박 속아 넘어갈 뻔 했지만, 모태솔로 남자가 병원 진단서를 요구하자 그녀는 병원에서 떼어온다고 하고서 그 길로 연락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인격이 다른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두 남자와 연애를 즐겼던 그녀, 그녀는 어쩌면 남자들 자체가 아니라 두 명이나 감쪽같이 속여 넘긴 자신의 ‘자아’들을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