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그녀가 내게 원하는 것...?-

연애를 하게 되면 상대로부터 받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또 연애를 시작하면 서로의 생일과 명절은 물론 챙겨야 할 기념일도 늘어난다. 만일 서로 '안 주고 안 받기'를 합의한 게 아니라면 생일, 명절, 기념일마다 돌아오는 고민이 있다. 바로 선물이다. 독심술이나 초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녀가 바라는 선물을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포털 사이트에 '여자친구'나 '썸녀'를 치면 관련 검색어에 '선물'은 항상 상위권에 따라오겠는가.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한 남녀가 바라는 선물 설문조사 결과는 그나마 조금 희망적이긴 하다. 여자가 가장 바라는 선물 1위와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가 좋아할 것 같은 선물 1위가 ‘명품 잡화’로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뿐이지, 100%는 아니다. 10%가 넘는 여자들이 명품 잡화를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로 꼽았고, 반면 손편지를 싫어하는 여자도 11%나 됐다. 

명품도 싫다, 정성들인 편지도 싫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쩌라고!’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그 손 잠깐 내려놓으라. 여자의 심리를 알면 의외로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여자는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가'가 느껴지는 선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참 달콤한 썸을 타는 남자가 있었다. 다가오는 그녀의 생일에 멋진 선물과 함께 고백을 하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선물. 남자는 우선 고백이 성공한 드라마들을 찾아보다 한 장면을 보고 꽂혀 힌트를 얻었다. 

그는 마침 평일이던 여자의 생일날 특별히 연차까지 내고 사무실에 찾아가 그녀에게

장미꽃 200송이와 명품 백을 내밀었다. 사무실 사람들이 전부 박수를 쳐 주었고,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꽃과 백을 받아들었다.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그녀의 퇴근을 기다리겠노라 말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결국 썸녀로부터 거절당하고 말았다. 선물한 명품백은 자존심 때문에 돌려받지도 못하고 할부 12개월만 고스란히 남은 채.

그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 백을 돌려주지 않은 걸 보면 일단 명품을 싫어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눈에 띄고 싶지 않았고, 향이 싫어서 장미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그저 TV에서 멋지게 그려졌다는 이유로, 자기가 보기에 멋질 것 같아서 상대방의 취향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가'의 척도가 0부터 100까지라면 남자의 선택은 0에 가까웠던 것.  

여자들은 선물을 선물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나를 확인하는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여자가 돈이나 물질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면 남자가 많은 돈을 들여 구했을 명품 잡화를 받았을 때 가장 좋아할 것이다. 추억이나 의미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면 함께 하는 여행이나 공연 티켓을 좋아할 테고, 시간이나 노력을 들여 주길 원하는 여자라면 직접 만든 수제품이나 손편지, 희귀한 한정판에 감동을 느낄 것이다.

꼭 특별한 날, 비싼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그녀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걸 전할 수 있다면 소박한 선물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퇴근길 새로 오픈한 빵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마카롱을 사다 건넨다거나, 지방 출장 중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고양이 모양 장난감을 산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중요한 건 가격도, 정성도, 개성도 아니다. 받는 그녀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특별하고 좋은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