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거짓말
개그 코너에서 소재로 쓰이거나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남자는 ‘오빠’랑 ‘아빠’ 빼고 다 믿지 마, 늑대야.” 여기서 말하는 ‘아빠’는 친아빠, 즉 피를 나눈 가족이며 ‘오빠’는 현재 그 말을 하고 있는 대상, 즉 연인이나 열심히 유혹의 멘트를 날리고 있는 남자를 보통 일컫는다. 물론 어디까지나 농담이고, 정말로 가족이나 연인을 제외한 모든 남자가 음흉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누이동생이나 딸이 있는 남성들에게 물으면 많은 남성들은 이 우스갯소리가 아주 황당한 소리만은 아니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꼭 픽업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많은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그녀를 침대로 데려가기 위해 오늘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달콤한 말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상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던지는 말들을 이른바 ‘작업 멘트’ 라 하고, 이러한 유혹의 ‘작업’이 잘 통하는 사람들을 ‘선수’라 부르곤 하는데, 이 선수들에게는 듣기 좋은 빈말, 또는 실제보다 좀 과장된 칭찬 등이 몸에 배어 있어 이른바 ‘하얀 거짓말’ 로 상대의 호감을 쉽게 사는 재주가 있다.
이렇게 여러 남성들은 이성과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이 하기 위해, 더 쉽게 말하자면 침대로 가는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도에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남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어서,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그것도 아니면 하룻밤 뜨거운 섹스를 위해 만난 사이든 남녀 공히 침대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하는 거짓말이 있다고 하면 어떨까?
그러나 이 ‘뜨거운 거짓말’ 중에서는 건강한 섹스를 위해, 나아가 건강한 관계 자체를 위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거짓말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섹스에 도움이 되는 거짓말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거짓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것은 좋아요 - “자기 최고야”, “네 몸이 정말 좋아”, “넌 정말 예뻐” 등 상대의 몸과 오늘의 섹스를 칭찬하는 착한 거짓말은 자칫 루즈해지거나 또는 서먹할 수 있는 침대 위의 시간을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윤활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착한 거짓말이라도 전혀 마음에 없는 말을 억지로 지어내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상대를 조금 더 기분 좋게 해 준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체질인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는 게 낫고, 너무 티 나는 거짓말 보다는 차라리 가벼운 스킨십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낫겠다.
절대로 안 돼요 - “오늘 안전한 날이야”, “피임 했어”, “성병 없어, 깨끗해” 등 임신과 성병에 대한 거짓말은 남자든 여자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보통 부부나 커플 중 한 쪽이 임신을 원하고 다른 쪽은 원하지 않을 때, 여성이 임신을 원하는 경우에는 질내 사정을 해도 안전한 날이라며 남성에게 거짓말 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이 임신을 원하는 경우에는 콘돔을 쓰면 아프다거나 콘돔 없이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며 거짓말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 임신이 되었을 때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임신이 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형편없이 깨뜨리는 셈이 되므로 이런 거짓말이 반복되면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성병 유무에 관한 거짓말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민사 소송까지 갈 수 있는 점이므로 절대,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섹스는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관계의 축소판이다. 거짓말은 권장할 만한 행동이 아니지만, 관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착한’ 거짓말이라면 가끔 이용해 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