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도 처녀 총각은 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 예수를 낳은 성모 마리아 이후로 남녀의 ‘혼전 순결’, 특히 여성의 혼전 순결에 대한 논란은 몇 세기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져 온 부분이다. 특히 유교적인 가치관을 강조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더 심하고 여성에게만 처녀성을 강요하는 등 불합리한 프레임을 씌운다는 오명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혼전 순결은 서양에서도 종교에 따라, 가정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어디까지나 혼전 순결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문제이지, 타인이 왈가왈부하거나 강요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혼전 순결’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나의 연인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나는 성에 개방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고, 결혼 전 연인과의 섹스에 찬성하지만 혼전 순결을 지키고자 하는 연인을 만나게 되었다면? 이는 더 이상 완전히 타인의 문제만은 아니게 된다.

최근 조사된 바에 의하면, 혼전 순결에 대한 생각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매우 컸으며, 이러한 가치관을 연인의 설득에 따라 바꿀지에 대해서도 남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2,30대 미혼 남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성인 여성은 3분의 1 가량이 혼전 순결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성 중에서는 10분의 1 정도가 혼전 순결에 찬성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10분의 1에 해당하는 ‘혼전 순결’ 주의자 남성들마저도 연인이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면, 즉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84%라는 높은 비율로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라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고 응답한 반면, 여성들의 비율은 57% 정도로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연인이 계속해서 성관계를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한다 해도 소신을 지키고 끝까지 거부하겠다고 응답한 남성이 12%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여성은 36%으로 세 배가 넘는 숫자였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혼전 순결에 대해 조금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성들이 혼전 순결에 대해 더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된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 있어서 한국 사회의 유교적 가치관이나 동양 문화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사회에서 혼전 순결은 국가나 사회가 법으로 정하여 지킬 것을 강제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전 순결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즉, 동정(童貞)이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가 혼전 순결을 지키겠다고 선언했을 때, 이를 전혀 고민하지 않고 결혼할 때까지 지켜줄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눈에 보이는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여자가 반대로 남자의 혼전 순결을 지켜줄 확률보다는 낮다. 물론 사귀기 전에는 호기롭게 얼마든지 지켜주겠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많은 수의 남자들이 여성을 설득하거나 유혹하는 등 그녀와의 섹스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쓸 것이다. 그러한 남자들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혼전 순결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와의 섹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인 간의 혼전 성관계는 ‘책임’과 ‘합의’ 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느끼는 육체적, 정신적 합일, 거기서 오는 쾌락도 중요하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태에서, 충분한 합의를 거치는 것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