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게도 바람은 분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는 단순히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환갑 전에 정년퇴직을 하고 40년 가까운 세월을 아무런 대책 없이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갑갑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고령화 증가 속도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61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에 반해 노인 정책 사업은 가속화된 고령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은 고령화 속도 1위뿐만 아니라 OECD가입국 기준, 노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령화에 맞춰 함께 융화되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고,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노년의 외로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 된다면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통달한 것은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로움과 슬픔을 느낀다. 노년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배우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은 신혼의 즐거움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노년의 외로움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극복하기 위해선 노년에도 사랑의 단비가 뿌려져야 한다.
그렇다면, 노년에 새로 시작하는 사랑은 어떨까? 고목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옛말처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은 이십대 청춘처럼 불같은 사랑을 할 수도 방탕한 사랑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사실 남녀사이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면서 좀 더 효과적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나이가 들었으니 성욕도 사라지고, 사랑도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는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매우 질긴 욕구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평생을 건실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퇴직 이후 갑자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할 땐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적 위치를 생각했지만 퇴직 후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자신을 억압하는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이 사라지자 억눌렀던 본능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는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해대는 와이프에게 질려 있었고, 넘쳐흐르는 여가시간이 지루하기만 했다. 집에서 TV나 보며 손주들 보는 것도 더 이상 재미없었고, 특히나 적막한 오후의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은 더더욱 못할 노릇이었다. 그는 평생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일탈을 시작했다. 나이트에 가기 시작한 것이다.
종로에 있는 콜라텍에는 이 남자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오후 2시쯤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4시가 되면 절정에 이르렀고, 6시가 되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보통 젊은 사람들이 클럽에서 노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노는 시간 정도였다. 그들은 그 속에서 여자를 꼬셨고, 하룻밤의 부나방 같은 사랑을 즐겼으며, 그 속에서도 치정에 얽혀 싸움질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놀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고, 사랑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더 격정적으로 몸을 불사 지르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이 감당하는 한 열심히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유혹이다. 이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삶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게 된다. 노년이라고 해서 늦바람을 용납해야 할까? 세월이 흐르면서 쌓아왔던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당사자의 자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