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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채식에 관하여…

상장   등록일 : 2023-08-03

2012년 8월 26일 부터, 나는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 때문이다. 그 해 5월에 할머니가 쓰러지셨다. 할머니가 주무시는 동안 뇌혈관이 막혀서 뇌경색에 걸리셨다. 할머니는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 비해 평소 건강하신 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병상에 누워계시게 되었다. 이 일로 나는 아직 어리지만 건강에 부쩍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가족은 현미채식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현미채식 편을 보고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100% 현미로 바꾸자 가족들은 처음에 힘들어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졌다. 그리고 평소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우리 가족은 유기농 채소를 직접 길러 먹었다. 이때까지는 채식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꼭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내가 결정적으로 채식을 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유럽으로 어학연수 겸 배낭여행을 가서 본 우연한 광경 때문이다. 2012년 7월 한 달간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아일랜드에 머문 지 2주 정도 됐을 때, 친구들과 함께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모허절벽에 소풍을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내내 초원이 보였다.

멍하니 창을 보고 있는데, 초원에 다섯 마리 소들이 보였다. 단란한 소들은 한국에서 보던 소와 달리 다양한 색깔과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었다. 분홍빛 털을 가진 소와 갈색 얼룩무니 소가 넓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쳤다.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빨을 보이며 누가 더 강한지 다투는 듯 했다. 또 다른 소들은 자신의 꼬리를 빙빙 돌리며 한가롭게 초원을 누비고 있었다. 문득 그 장면을 보자 웃음이 나면서, 나는 소가 개처럼 귀엽다고 여겨졌다. 재밌게 소풍을 하고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 내 식사 메뉴는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에는 감자샐러드와 햄이 들어있었다. 샌드위치를 보는데 순간 혼란이 됐다. “도대체 내가 뭘 먹는거지?”, “개는 안 먹으면서 소는 왜 먹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정의하긴 힘들지만, 당시 감정은 ‘죄책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먹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왜 먹는 것인지에 대해서…’ 혼자 고민을 하다 보니 아주 간단한 결론에 이르렀다. 난 이제껏 동물을 먹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먹고 있었다. 그날 저녁 인터넷을 찾아보니,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흔히들 채식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들이 남긴 채식에 대한 명언을 읽으며, 나는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이제껏 내가 먹어온 것과 살아온 삶의 방식이 부끄러워졌다.

아일랜드에서 한 달을 보낸 후 또 한 달 동안 유럽배낭 여행을 했다. 그곳에서 많은 채식인들을 만났다. 유럽은 아무래도 한국보다 채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됐다. 레스토랑에서는 채식주의자 메뉴가 꼭 있어서 여행하는 동안 식단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나서 나는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채식관련 서적을 모두 읽었다. 채식의 바이블로 불리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부터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의사들이 쓴 [채식이 답이다], [채식 이야기],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 Harvest for Hope],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 [고기, 먹을수록 죽는다], [고기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등 채식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칭하이 무상사의 [위기에서 평화로]라는 책을 읽으며 채식은 내 건강뿐 아니라, 환경보호, 기아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간디가 늘 비폭력, 평화주의자라고 배웠는데, 실제로 그 의미를 절실히 알지 못했다. 알고 보니 간디는 철저한 채식주의였고, 비폭력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겁고 대단한 말인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스스로 채식주의에 대해 독학을 한 후, 나는 확신했다. 인간에게 맞는 식생활은 ‘채식’이고, 진정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채식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굳게 다짐한 후 채식에 대한 내 결심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였는데 방학동안 신념이 확 바뀐 날 보며 주위 사람들은 종교를 바꿨냐며 핀잔을 줬다. 그리고 갑자기 고기와 계란, 우유, 치즈를 먹지 않는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다이어트 그만해. 지금이 딱 보기 좋아!”라며 “그러다 쓰러진다!”라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채식을 하는 거고 지구를 지키는 거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친구들은 대단한 지구용사 납셨다며 날 조롱했다. 난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채식을 하기로 맘먹은 날 이후, 나는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현미채식을 목표로 매끼니마다 현미밥과 신선한 채소를 챙겨 먹었다. 식사를 하는 것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나는 간식을 꼭 먹는 습관이 있는데 대부분 과자류였다. 과자에는 대부분 계란, 우유가 들어가고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비건 과자를 정기적으로 사먹었다.

또, 고기와 같은 식감을 먹고 싶을 때는 콩고기를 사먹었다. 고기를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불고기와 같은 양념 맛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약 8개월 동안 철저한 비건 식생활을 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원래 몸매는 통통한 편이었는데 채식을 하자 적정체중이 되었다. 그리고 얼굴빛이 좋아지고 변비 걱정은 사라졌다. 채식을 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채식을 하는 거고 지구를 지키는 거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친구들은 대단한 지구용사 납셨다며 날 조롱했다. 난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서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채식을 하기로 맘먹은 날 이후, 나는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현미채식을 목표로 매끼니마다 현미밥과 신선한 채소를 챙겨 먹었다. 식사를 하는 것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나는 간식을 꼭 먹는 습관이 있는데 대부분 과자류였다. 과자에는 대부분 계란, 우유가 들어가고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비건 과자를 정기적으로 사먹었다. 또, 고기와 같은 식감을 먹고 싶을 때는 콩고기를 사먹었다. 고기를 먹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불고기와 같은 양념 맛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약 8개월 동안 철저한 비건 식생활을 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원래 몸매는 통통한 편이었는데 채식을 하자 적정체중이 되었다. 그리고 얼굴빛이 좋아지고 변비 걱정은 사라졌다. 채식을 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건강한 식생활 방식은 아니었다. 밀가루음식과 과자를 매일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은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였다. 채식을 한다고 사회생활을 끊을 수는 없는 법. 다들 나 때문에 한식당에서 만나고, 메뉴에 대해 너무 걱정하는 모습이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식당에 갈 때 현미밥을 싸들고 다녔다. 그리고 카페에서는 두유로 된 음료를 시켰다. 단체로 고기집에 갈때는 난 솔직히 고기 굽는 모습도 역겨웠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두 눈 질끈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를 나눴다. 가장 아찔한 순간은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하다가 시선이 다 나에게 집중될 때였다. 누군가 한명이 “선희 고기 안먹는데~, 채식주의래!”라고 크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너 왜 안 먹어? 다이어트 하니?”라고 말한다. 처음엔 채식을 하는 이유를 솔직히 말했다. (물론 친한 사람들에게만…) “고기를 안 먹으면, 동물도 보호할 수 있고, 우리가 동물을 먹이는 사료와 비용을 줄이면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도 있어!” 환경도 살릴 수 있고, 우리 몸에도 좋아서 실천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이해하는 척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몇몇 공격적인 사람은 ‘고기를 안 먹으면 안돼는 이유’를 말하며 논쟁이 오가곤 했다.

거친 논쟁이 계속되자 나는 채식에 대해 묻는 사람이 나타나면, 말다툼을 하지 않으려 아주 소극적으로 대답해 주고, 채식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꺼려졌다.

지금은 채식에 대한 지식을 나름 공부했고, 채식에 대한 신념도 확보하다. 그래서 누군가 내 채식에 대해 궁금해 하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혹여 내 이야기에 동조하지 않거나, 딴지를 걸어도 그 나름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 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채식을 전파하고 싶지만, 대부분 궁금증에서 끝난다. 단 한사람 나로 인해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난 그런 한사람을 위해 오늘도 누군가에게 채식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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