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해줄수 있는 것이라곤 보잘것없는 것뿐인데 그녀가 그런 것을 바랄 리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이 나을 듯하다.

분명 내 두 손이 한없이 초라해질 테니까.하지만 정말 피하고 싶은 날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바로 그녀의 생일.

지금껏 모른 척 넘어갔지만 생일 선물만큼은 근사한 것을 사주고싶다. 

큰맘 먹고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주리라 다짐하며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백화점에 들어가기 전에 시장 구경을 하고 싶다며 나를 재래시장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분주하게 여기저기 구경하기 바빴고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찬바람에 양쪽 볼은 핑크색으로 물들고 오늘따라 유난히 귀여워 보였다.

"나 생일 선물로 귤 좀 사줘!"

갑자기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귤을 사달라는 말에 나는 당황했다.

여자들은 항상 값비싼 선물을 바란다고 알고 있었고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천 원도 안하는 귤을 정말 원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은 두 눈은 빈말이 아니라는 듯 빛나고 있었다.

귤을 한 봉지 사주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귤을 까 먹었다.

"네가 고른 귤이라서 그런지 더 맛있다. 다음에 또 사줘!"

천사같은 그녀는 바보 같던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그녀에게 사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값비싼 선물이 아닌 진짜 사랑을 아는 여자 ...

오히려 남자보다 생각 깊어 보이고 사랑스럽네요 ...

이런 사랑스러운 배려심 깊은 여자!

안좋아할래야 안좋아할 수가 없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