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섹시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흔히들 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이성을 처음 볼 때 우리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나 정보가 없다면 자연스러운 본능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이성을 볼 때 남성들은 시각적 자극에 민감하고 여성들은 청각적 자극에 민감하다고들 한다. 즉 남성들은 눈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름다운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여성들은 목소리가 좋은 남성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혼여성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80%가 넘는 여성들이 남성의 목소리가 낮고 허스키한 남자일수록 호감을 느낀다고 답한 결과가 있다. 이는 남성의 성호르몬과 관련이 높다.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사람일수록 목소리가 굵고 허스키하기 때문이다. 이는 취향과는 관계없이 번식을 위해 더 강한 수컷을 고르려는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남성들 역시 자기도 모르게 여성의 음성에 호감 반응을 보인다면 어떨까?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성인 여성이 호르몬 주기 중에서 가임기(배란기)가 되면 목소리가 평소보다 저음이 되고 허스키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성인 남성들이 이러한 가임기 여성의 목소리에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같은 여성에게 가임기와 비가임기에 각각 목소리를 녹음하게 했다. 그리고 여성 자신과 그녀를 모르는 남성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어떤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지 묻는 질문에 여성과 남성들 모두 가임기의 목소리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남성들 중 일부는 심장 박동이 빨라졌으며, 전기가 통하는 듯한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반응으로 남성들이 가임기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흥분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심장 박동이나 피부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성애자 남자들이 잠재적으로는 가임기 여성을 만났을 때 번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여성들은 가임기인 상태가 비 가임기인 상태의 여성들보다 임신에 있어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 모두 이성에게 호감을 주고 싶다면 목소리를 낮고 허스키하게 바꿔야 할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다. 타고난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무리하게 음성을 바꾼다면 언젠가 원래 목소리로 돌아왔을 때 상대가 큰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친구들이나 가족과 있을 때 목소리와 연인에게 말할 때의 목소리가 180도 다른 것을 개그 소재로 삼아 조롱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연인에게,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숨기고 꾸며진 모습만 보여준다면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목소리 좋은 사람이라고 전부 연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화의 법칙에 의해 지구상에는 목소리 좋은 사람만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모르는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호감보다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서로 알아가면서, 이해해 가면서 쌓는 호감이 더욱 굳건하고 오래 갈 것이다. 또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라면 3초의 첫인상으로 결정된 관계보다 더 믿을 만하고 안정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