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내야 그녀가 힘들지 않을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주인공이 동료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갖은 모험을 하는 방대한 양의 판타지 소설도 결국 모험은 끝나고 결말을 맞이하며, 경기 내내 삼진 아웃만 당하던 지루한 0:0 야구도 9회 말 역전 홈런이 있든 없든 끝이 나기 마련이다.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뜨겁고 열렬한 사랑이더라도 연애에 끝은 찾아온다. 그것이 결혼으로 맺어질 지라도 부부라는 새로운 관계로 변화하기 위해 연인 관계는 끝나는 것이기에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엔딩은 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기혼자들은 결혼이 ‘해피’엔딩이라는 데에 결코 찬성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소설책처럼 목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야구 경기처럼 9회전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 연애의 끝은 누가 정하는 것이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잡담이나 고민을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질문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서도 대다수가 연애에 관한 고민이고, 그 중에서도 또 대다수가 이른바 ‘그린라이트’ 또는 ‘레드라이트’ 여부를 묻는 질문이다. 즉, ‘사귈까’ 또는 ‘헤어질까’ 여부를 묻는 질문이라는 뜻이다.
꼭 인터넷 게시판까지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상담을 해주었거나 받아 본 사람이라면 맞닥뜨리는 질문의 90%는 그와 같은 질문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사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갈등하는 것 보다 헤어지는 게 좋을까를 결정하지 못하는 쪽이 더 까다로운 문제이다. 시작하는 사이가 아닌 이미 사귀던 사이에는 사랑이 식었다고 해도 미련이나 정과 같은 감정이 남아 이별을 망설이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별의 사유와 계기는 커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별의 징조가 있지는 않을까?
최근 500여 명의 대한민국 미혼남녀에게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남녀 공통적으로 이별의 징조로 꼽은 것 중 가장 높은 순위로 꼽힌 것은 바로 ‘눈에 띄게 뜸해진 연락’ 이었다. 연인 사이에는 정확히 정해진 표준 연락 횟수 기준은 없더라도 그 나름의 평균적인 연락 횟수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이 갑자기 바빠지거나 신상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어느 정도는 유지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한 쪽의 애정이 식었거나 바람을 피우는 등 이별을 할 만큼 돌아서게 되면 이러한 연락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꼽은 이별의 징조는 ‘부정적인 대화의 증가 및 잦아진 말다툼’이다. 이것 역시 서로에게, 또는 한쪽 상대방의 관심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가 된다. 대화는 보통 관심의 척도이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그에 대한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소통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다. 부정적인 대화의 증가란 서로의 말에 토를 달거나 반박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니 잦은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다음은 그나마 부정적인 대화조차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만남(데이트) 자체를 피하는 것이 각각 3, 4위로 꼽혔다. 이러한 이별의 징조들은 한 가지만 나타나지는 않으며, 오히려 한꺼번에, 1위부터 차례대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가지 행동이 다음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행동들은 당연하게도,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최근 자신이나 상대방에게서 이별의 징조들은 발견했다면 고민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서로를 위해 관계를 정리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