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다 잘 해도 바람은 못 펴!
이제는 여성상위 사회라는 단어 자체가 구식으로 들릴 정도로 남녀 평등화가 보편화 되어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는 것이 현실이지만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변화가 피부에 직접적으로 인지될 정도로 시각화 된 이유는 그동안 강한 억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여자에 대한 남자의 권한은 거의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곳으로 여성에게 과연 권리라는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억압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니 현대에 불고 있는 여성 인권 강화의 현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눈에 띄게 성장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바탕이 된 이유가 바로 무사도였다. 무사에게 아내와 가정은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이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니 집에 있는 아내는 단순히 재산의 일부였고, 무사가 바깥일을 하다가 바람을 피우는 것 정도는 감히 바가지를 긁을 수 조차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사의 아내들이 모두 책에 나오는 것처럼 순종적이고 착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들 중에서도 시기와 질투로 남편의 바람기를 휘어 잡으려는 무시무시한 악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무사가 유곽의 기녀에게 홀딱 반해서 호시탐탐 기방을 찾아가 공략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이때의 유곽은 단순히 돈 만 많다고 누구나 받아주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명한 게이샤와 놀기 위해서는 몇날 며칠을 찾아가 공을 들이고 자신의 정성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이 무사는 돈은 있을 지언즉 그런 정성을 쏟기에는 마누라의 무시무시한 눈살을 피할길이 없었다. 결국 오랫동안 방법을 강구하던 무사는 모든 바람피는 남편이 그러하듯 아내를 속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내에게 검술 수련을 위해 절로 들어가 한 2년 정도 무사수행을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자신의 무공 수련의 의지를 강건하게 표출해도 아내에게 눈을 완벽하게 속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오랜 시간 옥신각신 끝에 양쪽에서 조금씩 입장을 양보하기로 했다. 우선 아내는 2년이라는 수행이 너무 기니 1년으로 줄여 줄 것과, 집에서 멀지 않은 산사에서 수행을 할 것을 요구 했다. 남편은 아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로 하고 1년 동안 절대 자신을 찾지 말 것을 요구 했다. 둘은 극적인 합의점을 찾고 1년 동안 헤어질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무사 남편은 아내의 눈을 완벽하게 속인 채 일 년 동안 유곽에서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게이샤와 함께 불같은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 해도 여자의 촉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남편과의 약속대로 남편이 수행하는 산사를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유곽이 있는 마을 까지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다. 아내는 유곽 담 넘어로 호탕하게 웃는 남편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들었고, 그대로 남편이 수행을 한다고 약속했던 산사로 들어갔다. 산사에는 남편의 옷을 입고, 남편처럼 머리모양을 한 남편의 수하가 남편의 수행을 대신하고 있었다. 화가 난 아내는 그 수하에게 폭풍같은 잔소리를 퍼부으며 그대로 산에서 쫓아냈고, 그가 남기고 간 남편의 옷을 챙겨 입고 조용히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밤이 새버렸고, 아침 해가 떠오를 쯤에 유곽에서 진탕하게 논 남편이 돌아왔다. 남편은 당연히 자신의 수하가 옷을 입고 수행하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전날 밤 얼마나 진탕 놀았는지 자신의 유곽 무용담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게이샤와의 밤을 회상하던 무사는 문뜩 수하의 눈빛에 살기가 돌고 있다고 느끼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 살기는 수하가 아닌 아내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름 난 일본의 사무라이도 호랑이 같은 아내 앞에선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러니 아내 무서운 줄 모르고 기녀며 게이샤를 찾아 헤매는 것은 얼마나 용기 백배 한 일인가. 적어도 일본 사무라이보다 더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이런 눈속임으로 가정의 평화를 헤칠 계획은 접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