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전국을 알몸으로 만든 사람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반면 ‘웃느라 한 소리에 초상 치른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옛 조상들의 충고라 할 수 있다. 말 한마디로 빚을 탕감할 만큼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농담 삼아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어 다툼이 일어나거나 결국 싸움이 크게 번져 칼부림이 일어나는 등 사람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일은 현재도 비일비재하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도 이토록 많은 일이 일어날진대, 그 사람이 개인의 입장에서 던진 말이 아니라면 어떨까? 만일 한 단체의 대표 자리에 있다면? 나아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며 국가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져올 파급효과와 말의 무게가 얼마나 달라질까?
동유럽의 한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한 말 한마디 때문에 나라 전체에서 알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었다면 어떨까?
벨라루스는 유럽 동부, 폴란드의 동쪽에 있는 작은 나라로 대통령제와 공화제로 운영되고 있는 공화국이다. 인구는 우리나라 서울의 2016년 현재 총 인구보다도 약간 적은 958만명 가량으로 규모는 작은 곳이지만 유명한 화가인 샤갈을 배출해낸 나라이기도 하며 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하다. 언어로는 러시아어와 벨라루스어를 함께 사용하는데, 두 언어에는 유사점이 상당히 많아 비슷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최근 온 나라에서 이른바 알몸 소동(?)이 일어난 일이 있었다.
이 소동을 일으킨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벨라루스의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센코였다. 그는 국회에서 벨라루스의 경제 문제에 대해 다른 날과 다름없이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연설 도중 나라를 들썩거리게 할 만한 문제(?)의 발언이 나오고 말았다.
“혁신, IT기술, 민영화,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입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 ‘옷을 벗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TV 중계, 또는 라디오 방송이나 인터넷 중계 등으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지켜본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농담을 섞어서 말하는 자리도 아닌 국회 연설 자리에서 갑자기 옷을 벗고 일하라니? 곧장 대통령의 이 말은 벨라루스 국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앞으로 직장에서 옷을 벗고 일해야 하는 것이냐’ 며 농담 섞인 반응들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대통령 측에서는 곧 언론을 통해 해명을 내놓았는데, 국회에서 한 연설 중에서 ‘옷을 벗고’ 라는 부분은 실제로는 ‘스스로 계발하며’ 라는 뜻의 러시아어였으나 대통령이 매우 비슷하게 들리는 벨라루스어인 ‘옷을 벗고’로 잘못 말한 것이었다. 오해는 풀렸지만 벨라루스 국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말실수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직장에서벗기, #누드로근무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누드로 일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폭발적인 유행이 되어 여성들이 많은 사무실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올 누드의 여성들이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사진, 한 남성 셰프는 자신의 주방에서 알몸에 앞치마만 두른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그야말로 ’옷을 벗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SNS에 인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실수를 유쾌한 패러디와 희화화로 웃어넘긴 국민들의 이러한 삶의 여유는 배울만한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