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식당의 비밀
바야흐로 마케팅의 시대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고 가격도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같은 원두와 같은 기계로 내린 커피 한 잔이지만 마시는 장소의 분위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커피의 브랜드 자체가 주는 의미를 홍보함으로써 ‘내가 마시는 커피는 남들과 다르다’ 는 이미지를 주게 되어 희소가치가 생기고, 이는 자연스럽게 커피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하고,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마케팅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장소에도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카페가 커피를 마시는 장소만이 아닌, 책을 읽을 수 있거나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지는 꽤 오래됐다. 또한 플라워 카페나 애견 카페 등 어떠한 음식물을 파는지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장소의 ‘콘셉트’, 부가적인 용도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즉,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파는 물건이나 음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장소의 독특한 분위기나 그곳이 가진 다른 의미도 판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식당의 경우 음식의 맛 하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지만 음식을 먹는 ‘공간’과 음식을 먹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어떠한 ‘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곳도 많은 주목을 받는다. 그렇다면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재배된 재료를, 인공적인 물질이나 화학적인 색소, 조미료를 쓰지 않은 방법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식당이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음식을 제공하는 영국의 한 식당은 개업도 하기 전에 미리 예약한 사람만 거의 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이 이 생태주의 식당의 인기를 이끈 원동력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누드(nude)이다. 환경 문제를 기술이나 과학의 발달이 아닌, 오히려 자연 상태 그대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태주의 사조에 발맞춰, 분야디(Bunyadi)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이름 역시 ‘자연’ 이라는 뜻의 힌두어이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즉 옷을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방식을 택했다. 이곳은 누드로 입장하는 곳과 옷을 입고 들어가는 곳 두 파트로 구분된 공간이며, 누드 공간을 원하는 손님들은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소지품과 옷을 사물함에 넣고 입장한다. 물론 식당 안에서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카메라와 휴대전화를 포함한-를 이용할 수 없다. 이것은 손님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모든 인공적인 옷가지나 액세서리를 식당 안에서만이라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생태주의 콘셉트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알몸으로 식사를 하는 공간은 물론, 당연하게도 남녀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과 식당에 탈의실이 따로 마련되어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다른 레스토랑과 동일하다. 디자인도 식당의 생태주의 콘셉트에 맞춰 가능한 인공적인 기계를 배제하고 공간 구분도 대나무 등으로 철저히 자연적인 조형물을 이용했다. 인공 조명도 전혀 쓰지 않고 촛불과 같은 자연광을 이용해 분위기를 내는 동시에 에너지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한 식탁과 식기도 모두 천연 목재와 점토로 화학물질 없이 제작되었다.
레스토랑 창업자는 ‘인공의 산물인 옷, 전기, 가스, 화학물질이 배제된 천연의 공간에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자유와 해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1인당 55~65파운드(한화 약 10만원)라는 다소 비싼 금액에도 사전 예약자가 만 명에 가깝다는 것은 자유와 해방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아니면 호기심 때문일까?